[커버스토리] 현대건설 출자전환, 과연 살아날까

중앙일보

입력

2조9천억원이면 현대건설을 되살릴 수 있을까.

정부와 채권단의 현대건설 해법이 출자전환으로 결정되면서 현대건설의 회생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혜시비 속에 막대한 자금이 지원되는 만큼 현대건설이 되살아나지 못하면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대규모 인책사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과 채권단은 출자전환이 장기적으로 회사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신인도가 올라가고 채무가 줄어 유동성이 나아지는 한편 신규 자금지원이 이뤄져 공사를 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는 이유에서다.

◇ 가벼워지는 빚 부담 = 현대건설의 경영컨설팅을 맡고 있는 ADL사는 2조9천억원이 출자전환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는 이자보상배율은 1.3배, 부채비율은 2백59%로 회생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분석했다. 채권단도 같은 입장이다.

현대는 지난해 말 현재 4조5천억원의 차입금을 포함, 8조1천억원의 부채가 있다. 이에 대한 이자부담액은 지난해만 5천6백30억원으로 하루에 15억원꼴이었다.

출자전환되면 차입금이 2조3천억원대로 떨어져 연간 이자부담을 3천61억원으로 줄이게 되며,점차 수지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비용을 제외하면 현대건설이 1997~99년 중 매년 평균 4천3백억원꼴의 영업이익을 내온 만큼 출자전환 이후엔 당장 흑자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매출 6조7천8백억원에 영업이익 4천6백50억원이 목표다.

현대건설 측은 영업이익이 내년에 7천억원선(7천8백10억원)을 넘어선 후 2005년에는 1조6백85억원에 이르는 반면 부채비율은 2005년에 94%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출자전환의 약효는 올 하반기나 돼야 나타날 전망이다. 출자전환 절차에 최소 2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반기까지는 국내외 수주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 현대가 2월까지 수주한 공사는 1조3천7백41억원어치로 올 목표(9조7천5백억원)의 13% 정도다.

김호영 해외영업본부장은 "유동성 위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 못한 해외공사가 39건 68억달러에 이른다" 며 "통상 수주성공률을 14%로 보면 10억달러어치를 놓친 셈" 이라고 말했다.

◇ 회사 정상화 가능한가 = 전문가들은 출자전환이 흑자경영의 여건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에 대체로 일치한다. 동아건설 임원을 지낸 金모씨는 "그 정도의 돈을 쏟아붓는데 살아나지 못할 회사가 어디 있느냐" 고 반문했다.

신문영 명지전문대 교수는 "출자전환이 납득할 만한 경영체제를 갖추는 계기가 될 것" 이라며 "앞으로 합리적인 경영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 나간다면 회생이 가능하다" 고 말했다.

문제는 추가부실이 드러날 경우다. 현대건설이 운영 중인 1백15개 해외사업장에 대한 정밀실사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려지지 않은 미수채권이나 덤핑수주에 따른 공사비 손실이 새로 드러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종수 기획이사는 "회계법인에서 너무 엄격히 조사했고 모든 부실이 회계장부에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 손실은 없을 것" 이라며 "지난해의 대규모 적자는 영업실적이 나쁘기보다는 그동안 쌓인 부실채권을 대폭 손실로 반영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 소프트웨어 정비가 중요 =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의 회생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정비가 당면과제" 라고 입을 모은다.

신영증권 정성국 애널리스트는 "출자전환이 회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며 "건설회사는 사람이 재산인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핵심 인력이 적지 않게 회사를 떠난 점이 문제" 라고 지적했다. 회사가 기운 탓도 있지만 조직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진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문제는 새 경영진의 역할과 기능이다. 鄭애널리스트는 "건설업 특성상 사주(社主)의 결정이 수주에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채권은행이 경영권을 가질 경우 의사결정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 말했다.

국제적인 수주전에서 채권단의 결재절차를 줄줄이 밟다보면 공사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 김재영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현대는 기술력과 시공경험만 내세우지 말고 금융과 결합한 고부가가치 사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고 주장했다.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사업관리 전문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성근.김남중 기자 hsgu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