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주총, 소액주주 항의 속 50분만에 매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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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현대그룹 계동사옥에서 개최된 현대건설 주주총회는 일부 소액주주가 단상까지 올라가는 등 다소 살벌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별다른 물리적 충돌없이 50여분만에 끝났다.

이날 계동사옥은 주총을 1시간여 앞둔 오전 8시께부터 지하2층 주총장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1층 로비까지 수백명이 길게 줄을 서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70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주총은 김윤규 대표이사 사장이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통과시키려 하자 소액주주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주주가 발언을 요청하면서 소란스런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이 주주는 "지금 중요한 것은 결산 승인이 아니라 어떻게 유동성 위기와 신인도 하락을 막느냐 하는 점"이라며 "채권단 출자로 감자를 앞둔 상황에서 경영진이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주총장은 회사직원인 듯한 주주 김모 씨가 "현대건설의 사활에는 모든 국민의 사랑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자"는 현대건설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험악한 상황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이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총회꾼으로 보이는 일부 주주들이 "개의발언"이라고외치며 발언권을 요구하면서 이를 제지하려는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주총에 참석한 대다수 주주들이 정관변경, 이사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상정될 때마다 별다른 이의없이 이를 통과시키려고 하자 이들은 욕설섞인 말다툼을 벌이면서 계속해서 발언권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사장이 이들의 발언권 요구를 묵살하고 의사봉을 두드리며 안건을 통과시키려고 하자 급기야 한 주주는 단상에 뛰어올라 마이크를 뺐으려고도 했다.

결국 김 사장이 "계속 소란을 피우면 퇴장시키겠다"는 엄포를 놓음에 따라 이들의 험악했던 태도가 다소 누그러들긴 했지만 주총이 끝날 때까지 소란스런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한편 김 사장은 "창업 53년을 맞은 현대건설은 현대그룹 전체를 일궈낸 모태였고 위기때마다 앞장서서 이를 해결했던 선도기업이었다"며 "창업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의 사태를 잘 해결해 나가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또 주총이 끝난 후 단상을 떠나기 전 "비록 일부에서 가신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33년이나 현대건설에서 근무한 나 역시 만감이 교차한다"며 "어쩌면 오늘이 주총에서 의장으로 서있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고 말해 다소 숙연한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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