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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으로 대입 포트폴리오 준비 국제학술지에 논문 쓴 김승애양

중앙일보

입력

김승애양이 논문 쓰기를 지도해준 김평원 박사와 함께 연구한 내용을 얘기하고 있다.

김승애(서울 하나고 3)양은 최근 꼬박 1년 간 공들였던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실리는 성과를 냈다. 자신이 제2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SSCI(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 Social Science Citation Index) 국제공인학술지에 게재됐다. 고교생이 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해외 유명 저널에 실리는 일은 드문 사례다. 김양은 “학교에서 주어진 과제로 논문을 작성하다 융합연구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관련 주제를 연구하는 박사님을 만나게 돼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임상실험, 데이터 정리 성실하게 할 수 있어야

 김양의 경우처럼 최근 중·고교생 사이에서 논문(R&E, Research&Education)작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제중·과학고·특목고는 교양과목으로 개설해 학생들이 졸업 전까지 소논문을 의무처럼 써내게 하는 경우도 많다. 논문작성을 통해 탐구활동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양이 참여한 논문의 제1저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김평원 박사다. 김 박사는 의학과 국어교육학을 융합한 연구인 ‘심전도 불안 프로파일을 활용한 말하기 불안 치료(Electrocardiographic Anxiety Profiles Improve Speech)’ 논문을 준비하던 중 김양을 만났다. 김 박사는 자신의 조언을 얻기 위해 방문한 김양과 몇 번의 만남을 가진 뒤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고1 때 김양이 논문을 작성한 경력이 있고 연구에 필요한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김 박사는 “임상실험과 논문에 필요한 데이터 정리 등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있어 제2저자로 부족함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논문 작업은 올해 3월까지 총 1년이 걸렸다. 평일 1시간 내외, 주말엔 4시간 내외의 시간을 투자했다. 김양은 “많은 데이터로부터 프로파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겪으면서 융합연구가 어떠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뤄지는지 체험했다”고 말했다. 김양은 “논문을 작업하면서 관심분야인 융합연구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기존 논문 검색해 주제 겹치는지 미리 확인

 작성한 논문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대학 입시에서 포트폴리오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전형에서 근거로 활용할 수 있어 관심을 갖는 학교와 학생들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충분한 기간을 투자해 제대로 연구하기보다 단시간에 작성해 교내 제본지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나고 이효근 교사는 “어느 정도 결론이 도출되는 정식 논문을 완성하려면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관심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끈기 없이는 중도에 포기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논문의 목표를 관심분야 진로에 대한 사전 정보를 습득하는 데 둘 것을 권했다. 희망하는 전공분야를 미리 준비하는 전단계로 논문이나 보고서, 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는 것이다. 연구주제를 정하기 전에는 기존의 논문을 충분히 검색해 주제가 겹치는지 미리 살펴본다.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살펴보면 논문의 형식과 흐름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어 유용하다.

 작업하는 전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은 필수다. 이 교사는 “논문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과학교사나 과학동아리 선배의 조언을 반드시 구하라”며 “논문의 방향을 섬세하게 다듬고 잘못된 형식과 틀을 바로잡는데도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논문 분야에 해당하는 대학의 교수에게 조언을 구하는 e-메일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완성된 논문은 공신력 있는 대외기관과 학회에 기고해 점검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이 교사는 “하나고의 경우 학생들의 창의적인 자율탐구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논문 작성 교육법을 도입한 결과 지난해 자연계 과제연구로 완성된 학생들의 논문들이 대내외 학회에서 인정받는 수준까지 실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각종 과학 포털사이트와 지역교육청 홈페이지 등을 활용하면 정보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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