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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 약 먹는 것보다 원인 찾는 게 중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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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약은 발기를 도와주는 약이지 치료제나 정력제가 아닙니다. 복제약이 늘어나면서 이런 오해가 더 커질까 걱정됩니다.”
대한남성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이성원(52·사진)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현재 60종에 가깝게 출시된 복제약들의 자극적인 작명이나 과도한 포장 용량 등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복제약이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크다고 보기 때문 아니겠나. 우리나라의 발기부전 약 사용 규모는 미국 등 서구보다는 적고 일본보다는 많은 편이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이냐 하는 점은 문화적 배경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쉽게 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품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짜약까지 포함하면 수요가 적은 편은 아니다.”

-오·남용의 우려가 큰데.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이름의 제품이 있는데, 전문 의약품으로서 적절하지 않다. 또 기존 제품은 보통 1개월용으로 2~4알 정도 담겨 있는데, 20알 이상을 포장해 파는 약도 있다. 이건 남용을 부를 우려가 있다. 남아도는 약을 처방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있고, 어린이가 잘못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의약품인데 너무 대중화되면서 정력제처럼 오해도 받는데.
“우려가 크다. 발기부전약은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쓸 필요가 없다. 효과보다 부작용만 있다. 특히 심장질환 등 몇몇 위험군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발기부전이 생기면 그 증상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원인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큰 병원에 오는 환자들 중에는 심혈관 질환이 먼저 발기부전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제대로 진단을 받으면 치명적인 질환을 발견할 기회가 되는 것이다.”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어떡해야 하나.
“이 약은 사용법이 중요하다. 실제 이 약을 먹고 처음에 효과를 보는 비율은 70~75% 정도다. 그런데 처음에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환자의 건강 상태나 특징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거나 사용법을 정확히 알려주면 제대로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인 셈이다.”

-수십 개의 복제약이 쏟아졌는데.
“현실적으로 약국마다 수십 종의 발기부전약을 모두 가져다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 다른 전문 의약품들도 특허가 끝나면 수많은 복제약이 나왔다가 1~2년 지나면 몇몇 제품만 남게 된다. 발기부전 약도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복제약이 늘면서 가짜 약을 줄이는 효과는 있겠다.
“그런 효과는 분명히 있고, 높이 평가한다. 가짜 약의 폐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가짜 약은 유효성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성분이 있는 쪽이 더 문제다. 성분 함량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모든 알약마다 성분을 정확히 유지하는 것은 제약회사들의 핵심 노하우다. 가짜 약을 만드는 곳에서 이런 기술을 가졌을 리가 없다.”

-가짜 약의 부작용은 어떤 게 있나.
“싱가포르에서 가짜 발기부전 약을 먹고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분석해 보니 가짜 약에 많은 양의 혈당강하제 성분이 있었다. 혈당강하제를 만들던 설비를 제대로 씻지도 않은 채 가짜 발기부전 약을 만든 것이다. 이런 사례가 국내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또 가짜 약에는 몸에 해로운 중금속 성분이 있을 수 있다. 가짜 약에 유효성분이 없으면 돈만 날리는 거고, 만약 유효성분이 지나치게 많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이승녕 기자 franc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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