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MTCR 가입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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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번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입은 군사.외교적인 측면에서 우리도 세계적인 대량 살상무기(WMD)확산 방지대열에 정식 참여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 비(非)확산체제 동참에 의미〓한국은 이번 가입을 계기로 ''세계평화의 책임있는 일원'' 으로서의 국제적 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은 지난 1월 한.미 미사일협상이 전격 타결됨으로써 MTCR 가입이 사실상 예고됐었다.

협상을 통해 한국은 사정거리 3백㎞, 탄두중량 5백㎏까지의 미사일을 생산.배치할 수 있게 됐고, 순수 연구.개발차원에서는 사정거리 5백㎞까지도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핵물질 확산 예방을 위한 ''쟁거위원회'' (1995년 9월 가입)▶원자력 전용품목 규제를 위한 ''핵공급국 그룹'' (NSG.95년 10월)▶재래식 무기, 이중(二重)용도 품목의 불안정한 축적을 방지하는 ''바세나르체제'' (96년 10월)▶생화학무기 비확산 목적의 ''호주그룹'' (97년 10월) 등에 가입, ''평화지향의 비확산국'' 이미지를 제고해왔다.

따라서 한국은 앞으로 군사적인 목적보다 평화적인 목적에 더욱 주력한다는 인상을 대외적으로 강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북한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한국의 MTCR 가입은 머지않아 북한도 비확산체제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대학교의 한용섭(韓庸燮)교수, 통일연구원의 전성훈(全星勳)박사 등은 "한.미 두 나라가 북한에 대해 국제 비확산 체제에의 동참을 요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 ''사정거리 1백80㎞, 탄두중량 3백㎏ 이상의 미사일을 개발할 수 없다'' 는 규제를 받아왔다.

이번 가입은 MTCR의 사실상 주도국인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가졌던 ''의구심'' 을 거두고 그 규제를 해제함으로써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당국자들은 "한.미 동맹관계가 보다 강화됨은 물론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수단도 가능해지게 됐다" 고 기대하고 있다.

◇ 북.미 타결은 시간 걸릴 것〓클린턴 행정부 당시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은 지난 7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 및 수출금지 등을 골자로 한 미사일 동결협정 체결의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국방연구원의 김경수(金京壽)박사는 "북.미간 미사일 문제가 적어도 클린턴 행정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고려해 볼 때 완전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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