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그룹, 3형제 분가 싸고 '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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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랭킹 30위권인 대성그룹이 2세 경영체제 구축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27일 대성산업에 따르면 지난달 창업자 김수근(金壽根)회장의 타계 이후 2세 3형제가 계열사를 나눠갖는 과정에서 지분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형제들간의 소송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 합의 각서가 발단〓고(故) 김수근 회장은 병세가 악화되자 지난해 10월 2세 3형제를 불러 주력 3사인 대성산업(김영대.장남).서울도시가스(김영민.차남).대구도시가스(김영훈.3남)를 각각 분할 경영키로하는 내용의 합의 각서를 작성했다. 이 각서는 주력 3사의 경영권 분할은 물론 관할 계열사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모기업인 대성산업이 서울도시가스(26.30%)와 대구도시가스(62.94%)의 최대주주이므로 각서대로 분가를 하기 위해선 대성산업 보유지분중 상당수가 김영민 서울도시가스회장과 김영훈 대구도시가스 회장에게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김영대 대성산업회장측이 일시에 지분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金영대 회장측은 "지분을 한꺼번에 넘기다보면 인수합병(M&A)의 표적이 돼 그룹의 안정적 경영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며 "단계적으로 지분을 넘길 방침" 이라고 밝혔다.

대성산업이 서울.대구도시가스로부터 연간 수십억원의 배당이익을 받고 있는 만큼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金회장측은 합의각서도 '사적인 합의일 뿐 공신력은 없다' 는 입장이다.

◇ 두 동생은 "소송도 불사" 〓두 동생들은 빠른 시일내에 각서대로 분가가 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金영대 회장측이 지난 26일과 27일에 열린 서울도시가스와 대구도시가스 주총때 대주주 권한을 행사, 각서에 보장한 독자경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27일 대구도시가스 주총에서 대성산업은 대주주의 지분을 앞세워 당초 회사측이 설정한 배당률 10%를 20%로 올렸다는 것.

이에 따라 두 동생측은 최근 대성산업의 주식 매집에 나서는 등 金영대 회장과의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각서대로 조속히 분가가 안되면 동생측에서 법적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 대성그룹은〓1947년 연탄사업으로 출발해 석유판매-도시가스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전문그룹이다.

특히 그룹평균 부채비율이 1백%수준에 그치는 등 자금력이 탄탄해 알짜그룹으로 꼽힌다. 계열사는 모두 25개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2조3천억원 규모다.

고윤희 기자y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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