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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통 빈소년합창단 '변화'

중앙일보

입력

5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빈소년합창단(사진) 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주무대인 오스트리아 국립오페라단 빈슈타츠오퍼와의 연주계약이 2003년으로 끝나게 됐다. 빈슈타츠오퍼가 '연주 수준이 떨어지고 상업주의에 물들었다' 는 이유를 들어 계약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빈슈타츠오퍼 총감독 요안 홀렌더는 "빈소년합창단에 휘둘려 온 것도 한계가 있다" 며 "다른 소년합창단을 창단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하이든.슈베르트 등이 단원으로 거쳐간 빈소년합창단은 각 24명으로 구성된 4개의 합창단으로 빈슈타츠오퍼와 왕실예배당에서 연주하면서 교대로 세계 순회공연에 나서왔다.

하지만 합창단 사상 최초의 여성지휘자로 부임한지 2년만에 물러난 아그네스 그로스만은 "무리한 일정이 발성과 교육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며 잦은 해외공연을 비판했었다.

어쨌든 빈슈타츠오퍼 창단 때부터 함께 공연해 온, 오랜 인연을 갖고 있는 빈소년합창단으로서는 이번 계약해지가 상당한 충격이겠지만 최근 이뤄지는 '변화' 의 일부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또하나의 큰 변화는 '금녀(禁女) 구역' 이었던 합창학교에 올해부터 소녀들의 입학이 허용된 것. 물론 '소년' 합창단인 만큼 소녀들이 단원으로 활동할 수는 없지만 함께 교육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감금에 가까운 합숙생활을 해온 소년단원들에겐 '행복한 변화' .

또 서양의 고전음악 위주로 짜여진 레퍼토리에도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의 민속음악을 가미할 예정이어서 음악적 변화도 꾀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전통과 격식' 을 중시해온 빈슈타츠오퍼에는 마뜩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에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왔던 합숙생활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변성기 이전의 9~14세 소년으로 구성된 단원 1백명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빈 아우가르텐 궁정에서 합숙생활을 해왔는데 최근 오스트리아의 한 잡지가 입단 4년째의 고참(?) 단원인 르네 쇼버(14) 의 일기장을 공개한 것.

쇼버는 이 일기장에서 "매일 힘겨운 과제와 푸대접에 시달리고 있다" 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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