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오페라 교류 새 장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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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긴(田中均) 의 오페라 '호월전(虎月傳) 이 일본 노(能) 의 현대화 작업이라면, 이건용의 '봄봄봄' 은 노의 막간극인 교겐(巧言) 양식의 한국적 수용이다.

2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이 오른 국립오페라단과 도쿄실내가극장 합작공연은 한.일 오페라 교류사에 새로운 장을 연 무대였다. '봄봄봄' 은 김유정의 소설 '봄봄' 을, '호월전' 은 나카지마 사카에(中島敦) 의 '산게쓰키(山月記) ' 를 각각 오페라화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 성악가가 일본 작품을 일본어로 공연하고 일본 성악가가 한국 작품을 한글 가사로 부름으로써 한.일 오페라 교류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월전' 은 소프라노 이현정.마사키 교코, 알토 유희업.모리나가 도모코, 바리톤 김진섭.최종우.구로다 히로시.마쓰모토 사이지가, '봄봄봄' 은 바리톤 김관동.마쓰모토 스스무, 테너 최진호.오이와 아쓰로, 소프라노 신애경.이은순, 메조소프라노 추희명.간다 시즈코 등이 캐스팅됐다.

한국 성악가들이 일본의 창작 오페라를 일본어로 공연한 것만큼이나 '봄봄봄' 에서 보여준 교겐 양식의 수용이 눈길을 끈다.

한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전개되는 코믹한 대화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교겐 스타일이 '봄봄봄' 에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세상을 등진 방랑시인이 호랑이로 변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 실존의 문제를 다룬 '호월전' (지휘 김성향.연출 구리야마 마사요시) 은 절제된 동작과 무대로 노(能) 의 비극미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봄봄봄' (지휘 박태영.연출 오현명) 은 봄날의 흥취를 더해주는 떠들썩하고 흥분된 분위기다.

2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금 오후 7시30분, 토 오후 3시, 일 오후 4시. 24일에는 한국팀이 '호월전' 을, 일본팀이 '봄봄봄' 을 공연한다. 1만~2만원. 02-586-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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