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2001 퍼시픽리그 프리뷰(上) - 우승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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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딱잘라 말하기 어려운 혼전이다. 요미우리란 절대강자가 있는 센트럴과 달리 퍼시픽은 6개팀 모두가 각각 나름대로의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판단이 어렵다.

적어도 시즌 중반까지는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까지 드러난 객관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올시즌 퍼시픽리그의 판세를 가늠해보면 4중 2약 내지는 좀더 세밀히 들어가보면 2강 2중 2약의 구도라고 보여진다.

먼저 2강으론 세이부와 롯데를 넣고 싶다. 퍼시픽의 만년 우승후보 세이부는 올해도 리그 최강의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팀 구성원의 면면이 화려해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라 평가된다. 여기다 19년연속 A클래스라는 전통, 그리고 올해는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결의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세이부의 장점이다.

하지만 세이부는 짜임새 부족, 장타력 부족, 상하위 타선의 격차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타선의 약세를 히가시오 감독의 조직야구나 기동력의 야구로 얼마나 커버해 낼지 여부가 올시즌 우승탈환의 관건이다.

그리고 또 하나 올시즌 세이부를 위협할 강팀으로 주목받는 팀이 롯데다. 지난 5년간 롯데는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올시즌만큼은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확실하게 전력을 강화, 도전해 볼만한 해로 여겨진다.

특히 롯데의 전력 업그레이드는 선발진에서 두드러진다. 기존의 구로키,오노에 민치(12승),하카미(8승)란 작년에 합쳐서 20승을 했던 용병이 가세, 선발진의 양적,질적 팽창이 눈에 띈다. 마무리 고바야시도 믿음직스럽고 타선역시 기동력과 장타력이 비교적 무난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롯데는 퍼시픽에서 가장 투타밸런스가 맞는 팀이라 할 만하다.

따라서 올해 롯데가 선수들의 패배의식, 근성부족이나 시즌 시작하자마자 연패로 무너지는 이상한 징크스만 극복해 낸다면 중반이후 상당한 힘을 받을 것이다.

2년연속 퍼시픽리그를 평정했던 다이에는 올해 팀 내부적으론 전력이 나아졌지만 타 팀의 강한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올해 다이에는 자신의 아킬레스였던 선발투수와 용병타자를 보강한데다 탁월한 조직력과 특유의 근성도 여전하다. 하지만 타 팀의 강한 견제 속에서 선발진이 약한 다이에로선 초반전을 어느 정도의 성적으로 버텨주느냐가 리그 3연패의 고비일 것이다.

리그 최강의 타선을 자랑하는 니폰햄은 투수진이 얼마나 해주느냐에 올해 농사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가사와라,윌슨,오반도 등이 버티고 있는 타선은 가히 가공할만 하지만 믿을만한 투수가 한 명도 없다는 건 장기레이스를 끌고 가는데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올시즌 니폰햄에겐 새로 영입한 샌더스와 같은 용병투수들이 얼마큼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2약으로 평가되는 오릭스와 긴데쓰는 각각 판이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오릭스같은 경우는 구대성이 마무리로 들어왔고 부상투수들이 복귀, 전체적으로 투수진은 강화된 반면 이치로가 나간 타선의 구멍은 너무나도 커 보인다. 이런 이치로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올시즌 오릭스는 상당히 답답한 행보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오기 매직'이라 불리는 오기 감독의 용병술의 비중이 보다 커질 것이다.

오릭스와는 반대로 지난 2년간 꼴찌에 머물렀던 긴데쓰는 올해도 뚜렷히 꼴찌를 벗어날만한한 '모멘텀'이 없어 보인다. 나카무라,로즈 등이 있는 타선은 그런대로 파워는 있지만, 정교함이나 팀베팅에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데다 특히 투수진은 선발,불펜 가릴 것 없이 위태롭기만 하다. 포수의 불안역시 긴데쓰로선 큰 부담이다.

이런 예상을 통해 볼 때, 올시즌 퍼시픽리그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시즌후반까지 우승팀을 가리기 힘든 혼전이 예상된다. 이렇게 절대강자가 없는 판세에선 초반전의 기세싸움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마운드가 굳건하고 전력이 안정적인 세이부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투수력쪽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분위기를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직 시즌이 시작도 안 되었고,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섣부른 예측일지는 모르겠지만 주력선수 중에서 부상자만 안 나오고, 에이스 마쓰자카가 15승 이상만 해준다면 그래도 세이부가 우세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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