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前회장 사망 이후]

중앙일보

입력

재계의 거함 현대호(號)가 창업자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사망으로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현대그룹은 정몽헌(鄭夢憲)회장을 중심으로 고인의 '현대 정신' 을 받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는 대북사업 추진 등 마지막 순간까지 고인의 비중이 워낙 컸던 데다 주요 계열사가 자금난과 신용도 하락으로 고전 중이어서 후계체제가 안정되기까지 진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북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의 경우 현재 자금이 바닥나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까지 예상되는 상태다.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이나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회생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또 鄭전명예회장이 창업한 현대건설도 최악의 경우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수용한다는 동의서를 지난 5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제출할 정도로 앞날이 불투명하다. 마찬가지로 그룹의 핵심업종이던 현대전자와 금융그룹(증권.투신증권 등)도 자금난으로 자구계획 중이거나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까지만도 35개 계열사, 20여만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 그룹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동차 소그룹이 계열분리되는 등 정리 과정을 거쳐 현재는 25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재계 5위 그룹으로 물러섰다.

현대는 鄭전명예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실질적인 재산분할이 이뤄지면서 ▶몽구 회장의 자동차 소그룹▶몽헌 회장의 건설.전자.금융 계열사▶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미포조선 등 3개 그룹으로의 분할이 촉진될 전망이다.

자동차그룹이 이미 분리된 데 이어 중공업도 사실상 그룹에서 벗어나 독립회사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연내에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다.

김시래 기자 sr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