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리겨눈 그곳에 산양이' MBC창사다큐

중앙일보

입력

지난 50여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비무장지대(DMZ). 하지만 그곳에는 꿋꿋한 생명력으로 금단의 땅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야생동물이 있다.

MBC가 창사 40주년 특집으로 제작한 자연다큐 'DMZ의 산양'(23일 밤 11시5분)은 천연기념물 2백17호인 산양의 생태와 DMZ의 사계를 카메라에 담았다.

분단의 역설이라고나 할까. 화면에 담긴 산양과 다른 동물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 DMZ가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임을 알 수 있다. 2년여 동안 취재진은 최전방 DMZ 일대를 샅샅이 훑고 다니며 산양의 겨울생활과 싸움, 암벽생활, 먹이 구하는 장면 등을 화면에 담아냈다. 특히 비무장지대에서 며칠 밤을 잠복한 끝에 촬영에 성공한 산양의 밤 생활은 한국 방송 사상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여름철에 생존을 위해 반드시 소금을 먹어야 하는 산양이 DMZ내 군사 보급로 다리 아래의 시멘트 벽에 배어나온 염분을 핥거나 새끼에게 생존 방법을 가르치는 장면에선 인간 못지 않은 모성애와 영리함이 느껴진다. 수달·담비·노루·고라니 등 희귀한 야생동물들이 생태계를 이뤄 살아가는 모습도 찍었다.

지난 겨울 폭설은 취재진에겐 오히려 반가운 선물이었다. 눈이 산양의 몸 색깔과 달라 비교적 쉽게 산양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설이 동반한 혹한은 시련이었다. 카메라 렌즈가 얼어붙고 배터리가 방전돼 촬영에 여간 애를 먹은 게 아니다.

군사정전협정에 따라 민간인은 DMZ내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철책선에 바짝 붙어 찍거나 군인들에게 무인 카메라 설치를 부탁하며 공동작업을 벌였다.

박정근 PD는 "처음 기획단계에선 촬영이 가능할 지 걱정이 됐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화면을 많이 담았다"며 "남북간 화해무드라곤 해도 아직 DMZ는 냉전상태 그대로며 그 속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야생동물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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