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꼴불견'으로 전락한 플레이오프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플레이오프가 멋진승부를 연출하는 무대이기보다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으로 전락해 팬들의 실망이 대단하다.

빈번한 판정 시비, 무더기 파울, 기술보다는 거친 플레이에 의존한 경기 운영,선수들의 잇단 퇴장, 선수간 주먹 다짐, 심판의 미숙한 경기 운영에다 고무줄처럼원칙없는 경기 시작 시간.

한창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프로농구에서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각 구단과 소신없는 심판, 방송중계에 이끌려가는 한국농구연맹(KBL)이 합작해 벌이는 추태가 넘쳐나고 있다.

20일 SK-LG의 4강 2차전에서 SK용병 로데릭 하니발이 추태를 벌이다 경기장 밖으로 퇴장당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복합적으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다 끝내 폭발하고만 것이라는 지적이다.

선수들을 자제시켜야 할 코칭스태프가 평소 내놓고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해왔고 5반칙 퇴장 5명에 파울이 58개나 무더기로 쏟아진 것에서 보듯 이날 양팀은 거친 경기로 일관했다.

설상가상으로 심판은 과열된 분위기를 제대로 진정시키지 못했고 명확하지 않은판정으로 사태를 부채질했으며 이 때문에 심판을 믿지 못하는 선수는 욕설을 하고집기를 집어던지는 등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말았다.

19일 삼성-SBS전도 이같은 꼴불견이 반복되다 결국 삼성의 아티머스 맥클래리와SBS의 데니스 에드워즈가 주먹다짐에 가까운 충돌을 일으켜 동반퇴장당했고 18일 LG-SK전에서도 파울이 무려 59개에 5반칙 퇴장이 6명이나 속출하는 등 팬들에게 농구가 아닌 '격투기'를 보여줬다.

이런 결과로 SK코칭스태프 및 맥클래리와 에드워즈가 벌금 제재를 받았고 하니발도 출장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예상되는 등 한국농구연맹(KBL)은 경기운영에 신경쓰는 것보다 상벌위원회나 재정위원회를 여는 데에 더 바쁜 형국이다.

원인은 심판과 선수.코칭스태프 상호간의 불신과 피해의식이 뒤엉킨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 여기에다 심판의 깔끔하지 못한 경기운영과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의 성숙한 자세도 부족하고 1승을 위해 온 몸을 던지면서 구단간 동업자 의식마저 팽개친 상태가지속되다보니 현재의 상황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결국 이러한 '진흙탕 싸움'의 피해자는 농구를 사랑하는 팬들일 수 밖에 없다는사실을 놓고 볼 때 KBL과 각 구단은 지금 공멸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할 때라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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