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없는 증여도 세금 부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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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도 채권.주식.지분 투자 등 자본 거래를 통해 결과적으로 증여.상속의 효과가 있는 경우 세금이 부과된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상속.증여세법 개정으로 증여의제(민법상 당사자간 증여 계약이 없어도 이에 준하는 결과를 갖는 행위)에 대한 포괄적 법 적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21일 개정 법안의 적용 방법과 분야.시행 기준 등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증여의제 행위는 합병.증자.감자(減資).전환사채.상장 등 법이 구체적으로 명시한 분야에 대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과세해왔는데, 앞으로는 규정에 열거돼 있지 않아도 국세청이 이와 유사한 행위라고 판단하면 과세할 수 있다. 국세청은 특히 증여.상속과 유사한 행위를 한 뒤 석달 안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20%의 가산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김보현 재산세과장은 "날로 다양화하고 복잡해지는 자본 거래를 법 규정이 일일이 따라가기 어려워 이같은 법안을 마련했다" 면서 "적정한 세금을 내지 않는 부의 세습을 차단하자는 취지" 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헌법이 정한 조세법률주의와 어긋나고 유사행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세무 당국의 자의성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증여.상속의 유사행위 여부가 사실상 국세청의 사후 판단으로 결정됨에도 관련 지식이 부족한 납세자에게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사전신고를 의무화하면서 어길 경우 가산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효준 기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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