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해법 '공짜매각서 자력갱생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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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 처리의 가장 유력한 해법으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으나 정작 GM측은 인수의사조차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온갖 현실성 없는 또는 시기상조인 대안들만 난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자동차산업이 고용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우차 처리 결과에 따른 파장을 고려, 좀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력갱생 =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달초 "대우차 문제를 무조건 질질 끌수는 없다"며 "4월까지 GM이 대우차 인수의사를 밝혀오지 않으면 자력갱생을 모색할것"이라고 말했다.

신 장관은 "GM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와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형태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며 "GM 외에도 다른 해외 메이커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폴란드 FSO공장과 인도 DMIL공장 등 해외법인을 정리하고 국내 생산 시스템을 대폭 정비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독자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매각이 무산될 경우 당분간 독자생존을 전제로 운영하면서 전략적 제휴나 다른 해외업체로의 매각 등 `제3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7월 이후 채권단 추가 지원없이 `홀로서기'를 추진하겠다는 대우차 기본계획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위탁경영 = 대우차가 정상화될 때까지 현대자동차[05380]에 경영을 맡기는 위탁경영안도 거론되고 있다.

위탁경영 책임자로는 박병재(朴炳載) 현대차 부회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대차에 대우차를 넘기는 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실현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지적이다.

대우차 관계자는 "대우차를 현대차가 아예 인수하는 조건이라면 몰라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쟁상대에게 경영을 맡기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되물었다.

현대차도 공식적으로는 위탁경영할 생각이 없다는 반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기아자동차[00270]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현대차도 내실경영에 주력할 때"라고 강조했고 박 부회장도 "설사 제의가 오더라도 맡을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또 현대차의 위탁경영 또는 대우차 인수는 현대차의 대주주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관계와 독점에 따른 통상마찰 등을 고려할 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GM으로의 매각이 완전 무산된다고 가정할 경우 위탁경영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수면 위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공짜 매각 =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지난 20일 한국의 통상정책과 관련한 연례 무역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GM의 대우차 인수 문제에 대해 "거저로라도 빨리 인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차에 대해 매달 2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쏟아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가격에 연연해 매각시기를 늦춘다면 국민의 세금부담만 가중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대우차 노조와 노동계가 GM 매각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헐값 매각' 또는 `국부유출'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살 수 있다.

대우차 관계자도 "대우차 문제가 어떻게든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는 고언으로 받아들인다"고 일축했다.

◇포철 인수 = 포항제철[05490]도 대우차 인수를 사업다각화를 위한 `아이디어'차원에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포철은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고, 신 장관도 "금시초문으로 세계적으로도 철강회사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 사례가 없으며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GM이 그동안 한국측에서 채권단이나 다른 기업이 대우차 인수에 함께 참여해줬으면 하는 의사를 몇차례 밝혔던 점이나 현대차 그룹도 철강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GM과의 협상 과정이나 매각이 무산된 뒤 국민기업화 논의가 거론될 경우 포철의 참여방안도 자연스럽게 재론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기업화 등 여타 방안 = 채권단이 대우차를 운영하거나 국민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나 아직 설득력은 얻지 못하고 있다.

수천억원 또는 조 단위의 개발비를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국민기업화는 책임경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일본 도요타사가 대우차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도 대우차 주변에서 나오고 있으나 최근 방한했던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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