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주목 받았던 신인들 (12) - 97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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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부터 96년 까지 4시즌 연속 400만 이상의 관중동원을 기록하며 '400만 관중 동원 시대'가 정착되는 듯 싶던 프로야구는 97시즌에는 오히려 390만명으로 감소하는 기현상을 보이게 된다.

경제 불황등 외적인 요인도 겹쳤지만 관심을 모았던 특급 신인선수들의 부진이 관중동원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하였다.

1. '풍운아' 임선동

국가대표 출신의 초특급 대형 신인들이 대거 입단하면서 각 구단의 기대를 모으게 되는데 일본 진출을 놓고 LG와 법정소송까지 가는 해프닝 속에 마침내 LG구단의 유니폼을 입게된 임선동(휘문고-연세대-현대 피닉스)은 신인 사상 최다 계약금인 7억원(이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음)을 받을 만큼 LG구단의 큰 기대를 받았다.

이미 고교시절 부터 최동원-선동렬의 계보를 이을 만한 대형투수로 주목을 받아왔지만 막상 프로에 입문해서는 최동원이나 선동렬이 보였던 카리스마를 선보이지는 못한다.

그는 아마 시절의 화려했던 구위를 회복하지 못한 채 11승 7패 방어율 3.52의 평범한 성적에 그치고 만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팀이 거둔 유일한 1승을 따내면서 에이스로서 어느정도 몫을 해내지만 몸값에 걸맞는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다. 일본 진출이 좌절된 것에 대한 의욕상실과 1년간의 지리한 법정 소송을 거치면서 몸관리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2. 중도하차한 문동환,손민한

97시즌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롯데를 우승후보 중의 한 팀으로 지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형투수 2명이 한꺼번에 입단하였기 때문이었다.

문동환(동래고-연세대-현대 피닉스)과 손민한(부산고-고려대)은 이미 고교시절부터 초고교급 투수로 인정을 받아왔고 국가대표 에이스로 줄곧 활약을 해왔던 이들은 롯데 마운드의 높이를 한단계 높여줄 것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롯데는 현대 피닉스 소속이었던 문동환을 영입하기 위해 팀내 간판 톱타자인 전준호를 현대에 과감히 넘겨주었고 또한 신인 1차지명에서는 이만수-김동수의 대를 이를 특급 포수로 지목받았던 진갑용(부산고-고려대)을 포기하고 손민한을 지명한다.

그러나 이들은 약속이나 한듯 어깨부상과 팔꿈치 부상으로 도중하차하고 수술을 거친후 기나긴 재활훈련에 들어간다. 문동환은 2승 5패 8세이브에 방어율 4.85, 손민한은 1승 3패 1세이브에 방어율 4.80의 성적에 그치고 만다.

나란히 5억원씩을 받고 입단 합작 30승은 무난하리라 했던 기대와는 달리 고작 합쳐서 3승에 그치면서 롯데의 마운드 운용에 크나큰 차질을 안겨다 준다.

결국 롯데는 최하위로 추락하였고 이에 따라 사직구장을 찾는 팬들의 발길도 뜸해지게 된다. 이들의 부진이 팀 성적과 관중동원 나아가서 프로야구 전체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3.'한국의 이치로' 이병규

장충고-단국대를 거친 이병규는 정교한 타격 솜씨가 돋보이는 선수로 '한국의 이치로'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었다. LG에 신인 야수 사상 최다 계약금인 4억 4천만원(종전의 박재홍이 받았던 4억 3천만원)을 받고 입단한 그는 공,수,주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며 LG타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0.305의 타율에 151안타 7홈런 69타점 22도루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신인왕에 무혈입성하게 된다. 그 후 해를 거듭할 수록 상승세를 거듭하는데 99시즌에는 서울팀 타자 최초로 30-30클럽에 가입하면서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작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4강 진출의 최대고비였던 일본전에서 9회말 수비에서 기가막힌 홈송구로 일본의 결승점을 봉쇄하면서 연장전 승부끝에 한국이 승리하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였다.

4.그 밖의 신인들

10년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대형포수로 주목 받았던 진갑용(부산고-고려대)은 OB에 2차 1순위로 3억 8천만원에 입단한다. 김태형,최기문등 뛰어난 포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던 '포수왕국' OB에서 주전자리를 차지하지만 프로무대 적응에 실패하며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다. 0.242의 타율에 홈런 4 타점 20을 기록하는데 아마시절의 명성과는 거리가 먼 성적이었다.

신일고-동국대를 거쳐 한화에 2차지명으로 입단한 국가대표 출신의 내야수 백재호 역시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는 못한다. 신인들중 가장 많은 16개의 홈런을 쳐낸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배명고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김동주와 더불어 팀을 고교최강을 이끌었던 이경필(배명고-한양대)은 OB 마운드의 새로운 에이스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7승 9패 4세이브 방어율 3.62라는 평범한 성적에 그치고 만다.

마산고-한양대를 거쳐 해태에 2차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창희는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0.263의 타율에 9홈런 43타점으로 평범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팀선배 이순철을 제치고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며 팀의 우승에 큰 공헌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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