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렁이는 세계경제] 엔저 태풍 8월까진 갈듯

중앙일보

입력

일본이 결국 엔저와 제로금리를 경제회복의 마지막 카드로 꺼내들었다. 증시부양.재정동원.구조조정 등의 약발이 듣지 않자 환율.금리를 건드리기로 한 것이다.

미국도 당장의 세계경제 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해 당분간은 엔저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주요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부닥치고 있는 한국을 비롯, 아시아 각국이 큰 부담을 안게 됐다.

◇ 일단은 엔저〓일본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기회복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정책이다. 올해 주요 일본기업들은 환율을 달러당 1백10~1백15엔으로 전제하고 경영계획을 짜뒀기 때문에 환율이 1백20엔선으로 밀려날수록 자동적으로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이것이 고용확대.투자증가.소비증가로 이어져 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부실정리 등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다음의 관심사는 미국이 엔저를 어느 수준으로 언제까지 용인할 것이냐다. 미국도 경상적자가 4천3백억달러를 넘고 있어 무한정 엔저를 감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오는 8~9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제로금리 복귀〓돈을 풀어 인플레 심리를 자극하는 동시에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가볍게 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금융시장에 '중앙은행으로서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를 제한없이 공급하겠다' 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더 크다. 또 곧 대규모로 시작될 부실정리 과정에서 장기금리가 오르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뜻도 있다.

◇ 엔저 기간 중 일본은 무얼 하나〓일본 정부는 엔저 기간 중 재정적자를 불사하고 추경예산을 동원한 경기부양책을 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감안해 재정을 동원한 부양책은 가급적 피하자는 입장이었으나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쪽으로 기운 것이다.

기업들이 엔저 효과를 보는 동안 부실정리도 과감히 해치울 방침이다.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금융상은 오는 30일
▶적자기업에 대한 출자전환
▶은행부실의 일시 상각
▶비수익 사업의 매각 등을 골자로 한 부실정리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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