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 벼·감자 국내 첫 야외재배

중앙일보

입력

국내에서 개발한 유전자 변형 벼가 실험실.온실재배 단계를 벗어나 지난해부터 논에서 직접 시험 재배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외국에서의 수입이 문제되던 유전자 변형 작물의 출현이 국내에서도 가시화한 것이다. 변형작물의 국내 논밭 시험재배는 이 벼가 처음이다.

야외 시험재배는 꽃가루가 날리거나 다른 작물과의 교배(交配) 등을 통해 유전자 변형 작물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환경단체들은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19일 농촌진흥청(http://www.rda.go.kr)에 따르면 제초제에 강한 유전자 변형 벼와 바이러스에 잘 견디는 유전자 변형 감자 등 2종이 지난해부터 경기도 수원의 농진청 내 논.밭에서 격리 재배되고 있다. 농진청은 모내기철인 다음달부터 두 작물에 대한 환경 위해성 및 적응 시험을 계속할 방침이다.

1994년 개발된 유전자 변형 벼는 일반 벼에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를 넣은 것으로 제초제를 뿌렸을 때 잡초만 죽는다. 농진청은 야외 재배에 따른 교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논 주변에 도랑을 만들고 새.쥐 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물을 쳤다. 다른 논.밭과는 1m 이상의 거리를 뒀다.

일반벼와 유전자변형 벼의 교배율은 두 벼가 60㎝ 떨어져 있을 때 0.02%, 30㎝ 거리에서 0.07%여서 시험재배 중인 유전자 변형 벼가 일반벼와 교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이에 대해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김재옥(金在玉)사무총장은 "우리 국민의 주곡인 쌀을 유전자변형시키는 데 반대한다" 며 "유전자 변형 벼는 일반벼와 교차수분(交叉受粉)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야외 시험재배도 하지 말아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변형 벼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한 국내 보급을 좌시하지 않겠다" 고 덧붙였다.

농진청은 소비자들이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만큼 유전자 변형 벼의 보급을 서두르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유전자 변형 작물은 모두 13개 작물 34개 품종이다. 실험실 시험→온실 시험→야외 격리 시험→심사 단계를 거쳐 상품화한다.

유전자 변형 벼는 4~5년 후 일반농가에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농진청은 내다봤다. 제초제에 강한 벼 외에도 고(高)아미노산 함유 벼.내충성(耐蟲性)벼.광합성 능력 증진 벼 등 4개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나머지 3개 품종은 실험실 연구단계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