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미 속 장중함' 신륵사 보제존자 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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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 부처는 "나를 상징하는 것은 아무것도 만들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고 입적을 합니다.자신의 상징물이 맹목적인 기복신앙의 대상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큰 무덤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놓고 그 주위를 돌며 기원을 시작합니다.이러한 부처의 무덤 모양을 본떠 만든 게 석종형 부도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갖춘 것이 신륵사 보제존자(普濟尊者) 나옹화상(懶翁和尙)의 부도로서 이후 한국 부도의 전형이 됩니다.

나옹선사는 공민왕의 왕사를 지냈고 무학대사의 스승이었던 큰 스님으로, 입적하면서 보인 기적으로 여주 신륵사는 유명한 절이 됩니다.

신륵사 뒤편 낮은 언덕을 오르면 보제존자의 석종형 부도와 석종비, 석등이 있는 부도전이 나옵니다.소나무 숲에 싸인 부도전은 풍수를 모르는 분도 알아차릴 만큼 분위기가 아늑한 명당입니다.

높은 기단에 조성한 부도는 완만한 타원형 몸체 위에 불꽃모양을 조각한 보주가 있어 단순하면서도 장중합니다.부도를 밝혀주는 8각 석등은 불을 붙이는 부분인 화사석(火舍石)에 용과 비천상을 생동감 있게 조각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석등은 보물 231호인데도 무른 납석으로 만들어진 화사석에 못난이들이 마구 긁고 낙서를 하여 보는 사람의 분통을 터지게 합니다. 펜화를 그릴 때 보기 흉한 보호철책을 빼버렸으니 양해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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