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되면 특별사면 안 한다 … 박근혜 공약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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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리 특권층에 대한 대통령 특별사면을 하지 않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3·1절, 광복절 등 국경일 때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 권력형 비리로 유죄판결을 받은 인사나 대기업 총수 등을 복권시켜주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라고 박 전 위원장의 측근은 밝혔다.

 박 전 위원장 측이 대통령 특별사면에서 배제키로 한 대상은 크게 두 부류다.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고위 관료나 정치인, 그리고 배임·횡령 등을 저지른 주요 경제사범이다.

 박 전 위원장의 핵심 측근은 1일 “예전부터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발해 특권층은 불법을 저질러도 처벌을 피해 간다는 부정적 여론이 많았다”며 “권력형 비리나 주요 경제사범들에 대해선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출마선언문에 담자는 건의가 여러 루트를 통해 박 전 위원장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박 전 위원장도 대통령의 기존 사면권 행사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출마선언문에서 사면권 제한 문제를 언급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선 공약으로는 채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위원장 본인도 2005년 야당 대표 시절 “대통령의 사면권이 실세의 어떤 부정을 봐주는 것이면 반대한다”며 “대통령이 자꾸 사면권을 남발하면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했었다. 박근혜 캠프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최근 이상득 전 의원 소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구속 등 이명박 정부의 잇따른 권력형 비리 스캔들과 무관치 않다는 게 새누리당 내부 관측이다.

 이는 또 경제민주화 공약과도 연결돼 있다. 경제민주화 정책 입안에 관여하고 있는 강석훈 의원은 “대기업 오너들이 경제범죄를 저질러도 사면을 통해 빠져나갔다”며 “대통령이 사면권을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 경제민주화 정책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인 이종훈 의원도 “재벌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선 배임·횡령에 대해선 형량을 강화하고, 사면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일반인의 생계형 범죄가 대상인 일반사면은 현행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특별사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원래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가원수의 헌법상 특권이다. 헌법 79조의 대통령 사면권(일반사면과 특별사면) 가운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정한 자’에 대한 특별사면은 매번 논란을 불러왔다. 이를 제한하거나 수정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박근혜 캠프는 개헌보다는 ‘대통령의 자제’로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모두 9차례의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8차례 사면을 했다. ‘사면권 오·남용 방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후 6차례 특별사면을 했다. 새누리당 경제브레인인 안종범 의원은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권 제한은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로, 박 전 위원장의 경우 특별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특별사면=특정 범죄자에 대한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 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단행할 수 있다.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일반사면과 대비된다.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를 지정해 해당하는 모든 범죄자의 형 선고의 효력이 전부 상실되고, 선고 이전일 경우 공소권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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