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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경·한상렬처럼…판문점으로 오는 노수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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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이 지난달 19일 평양 영화촬영거리를 참관하고 있다. 노 부의장은 5일 귀국할 예정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불법 방북했다가 5일 판문점을 통해 돌아오는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이 귀환 직전까지 북한의 대남 비방과 선동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대남선전 인터넷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4일 노씨의 불법 방북을 “정의로운 애국적 장거”라고 치켜세웠다.

 노씨는 김정일 사망 100일 추모행사에 참석하려고 3월 24일 정부 승인 없이 베이징을 거쳐 방북했다. 이후 3개월 넘게 체류하며 적어도 37차례에 걸쳐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의 서거는 민족 최대의 슬픔” 등의 언행을 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체류 일정이 장기화된 데 대해서는 “김일성 100회 생일(4월 15일) 직후 귀환할 계획이었으나 남한 4월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종북(從北)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은 왜 항공편으로 입북한 노씨를 판문점으로 내려보낼까.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분단의 상징이자 미군 주도의 유엔사가 관할하는 군사분계선(MDL)을 무력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열렬한 환송행사를 한 뒤 곧바로 남측으로 넘어와 체포되는 장면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관영TV로 연행 장면을 방영하면서 “남조선 당국의 애국인사 탄압”이란 모양새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밀입북에 이은 친북 언행 부각, 그리고 판문점 귀환은 북한이 1989년 8월 임수경씨와 문규현 신부를 내려보낼 때부터 되풀이해온 패턴이다. 당시 서울올림픽 개최로 체제경쟁의 패색이 짙어지자 북한은 이듬해 13차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임씨 등을 몰래 불러들여 체제 선전에 활용했다. 이후 문익환 목사 부인 박용길(95년 7월)→황선 한총련 대표(98년 11월)→한상렬 목사(2010년 8월)로 비슷한 사례가 이어졌다. 95년 4월에는 안호상씨 등 대종교 간부가 단군 관련 행사 참석을 위해 불법방북했다 판문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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