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보의 힘 … 중국, 1조8000억원 사업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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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웨이보(微博·중국식 트위터)가 환경보호를 내세워 1조7900억원대 공장프로젝트를 막았다. 중국 쓰촨(四川)성 스팡시 정부가 주민들의 시위에 굴복해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공장 건설계획을 포기했다고 런민왕(人民網) 등 중국 언론들이 4일 전했다. 시위는 웨이보를 통해 공장 건설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확산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리청진(李成金) 스팡시 당서기는 3일 “주민들이 환경 악화와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공장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스팡 주민 1만여 명은 1일과 2일 시정부 청사를 둘러싸고 훙다(宏達)사가 추진하는 몰리브덴·구리 합금 공장이 가동되면 막대한 공해 물질을 배출, 주변 환경을 악화시키고 주민들의 건강에도 해롭다며 공장 건설을 취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8000여 명의 진압 경찰과 대치하면서 돌과 화분 등을 던지고 경찰차와 시 관용차 10여 대를 부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시 청사에 난입, 시정 선전 간판과 유리창을 파손하기도 했다.

 경찰은 사태가 악화하자 최루탄과 공포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13명이 부상했다고 스팡시 정부는 밝혔다. 시정부는 “불법 폭력시위자는 모두 사법처리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3일 오후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시위 참가자 27명을 석방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경찰 측은 이들 중 21명을 석방했다고 4일 전했다. 정부 측은 또 “시위 진압 과정에서 어린 학생이 경찰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9일 훙다사의 합금공장 기공식 직후 누리꾼들이 신랑(新浪)과 바이두(百度) 등 인터넷 포털에 개설된 웨이보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공장이 건설될 경우 예상되는 환경오염과 주민들의 건강 문제를 전하는 글 수백 건이 올라왔다. 이 같은 글은 대부분 중국의 환경보호운동가와 대학생들이 올렸다. 이후 공장 건설에 반대하는 지지자 모임이 결성됐고 이들이 시위를 주도했다. 시위가 시작되자 네티즌들은 시위 상황과 경찰의 폭력진압 사진들을 웨이보에 올렸고 이를 본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하면서 시위대는 1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총 100억 위안(약 1조79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었던 훙다사의 공장은 지난 3월 환경보호부의 승인을 받았다. 스팡시의 기업 유치 사상 최대 규모였으며 시 당국은 공장이 가동되면 수천 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홍보했었다.

 중국 공안부 집계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18만여 건의 크고 작은 시위가 발생한다. 대부분 토지 수용 등을 둘러싼 시위며 최근에는 환경보호 관련 시위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다롄(大連), 랴오닝(遼寧)성에서 유독가스 배출 기업의 이전 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단시위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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