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정상 공동성명서 긴급 경제대책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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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침체되고 있는 일본 경제에 관해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와 논의할 것이며 양국은 오는 19일 워싱턴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긴급 경제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양국은 19일 워싱턴 정상회담후 긴급 경제 대책을 중심으로 한 공동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는 미일 주가 동반 폭락을 우려하고 있는 부시 미 정권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긴급 경제 대책은 주가 하락 방지를 위한 미일 협조를 강조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5일 미국은 침체되고 있는 일본 경제에 대해 염려하고 있으며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가 내주 미국을 방문하면 그와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이날 한 의회 청문회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일본에 대해 정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자극하도록 촉구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행정부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문제에 불간섭주의적인 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행정부는 불간섭주의(laissez-faire)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그것은 행정부 안팎에서 그 문제에 관한 최선의 의견을 모아 (오는 19일 부시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리 총리와 논의할 준비를 하겠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이어 모리 총리와의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이 지난 14일 도널드 H.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오닐 재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로런스 린지 대통령 경제고문 등과 만났다면서 럼즈펠드 장관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은 미국의 중요한 안보 이익이 일본의 장래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는 이날 상원 인준 청문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부시 미국 대통령은 모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국 증시 폭락사태, 일본의 경제상황 및 동아시아 안보문제 등에 관해 모리 총리의 견해를 듣고자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미티지 내정자는 부시 대통령이 '아주 완전하고 개방적이며 결실이 많은' 일본과의 관계를 원하고 있다면서 그는 '틀림없이 모리 총리에게 동아시아 정세, 일본 경제 등에 관한 견해를 듣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시-모리 회담에서 미국 주식시장 폭락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달 사임할 예정인 모리 총리와 회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 '모리 총리는 일본 국민을 대표한다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다. 우리의 관계는 일본 국민의 전체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일본 국민의 대표로 대우할 것이다'고 비판을 일축했다.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아미티지 내정자는 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의무 경감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외무성 소식통을 인용, 미국은 '시장에 메시지가 필요하다. 정상 회담에서 미일 협조의 긴급 경제 대책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타진, 공동성명 작성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이를 위해 19일 정상 회담에서 정치 문제를 1시간 논의한 후 경제 문제를 1시간 협의키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측은 이번 정상 회담에서 일본 주가 하락의 원인인 부실 채권 처리의 신속화와 경제 구조 개혁 단행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이에 대해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정부.여당 긴급 경제 대책본부'를 지난 15일 발족시키는 등 경기 대책 수립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을 미국측에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본은행(중앙은행)은 19일 열리는 정책위원회 및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제로 금리 복귀를 골자로 한 추가 금융 완화책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케이(産經) 신문은 이와 관련, 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도 20일 열리는 연방 공개 시장 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등 세계적인 주가 동반 하락을 막기 위해 미일 금융 당국이 금리 협조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워싱턴.도쿄=연합뉴스) 신기섭.김용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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