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후 2시, 빅오에선 숨 돌릴 틈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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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꽃 피는 바다’ 공연에서 워터 제트(water jet)를 탄 연기자가 물속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워터 제트와 제트 스키를 탄 연기자들은 주인공 ‘연안이’를 괴롭히는 문명인을 상징한다. [프리랜서 오종찬]

“부우~웅. 부우~웅.”

 3일 오후 2시50분 여수세계박람회장의 해상 무대인 빅오(Big-O). 뱃고동 소리에 맞춰 형형색색의 복장을 한 연기자 20여 명이 주제관 쪽을 향해 양팔을 활짝 들어 올렸다. ‘연안이’라는 이름의 대형 마리오네트(줄로 움직이는 인형)에게 바다가 생명을 되찾았음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무대 맞은편에서 이를 본 ‘연안이’가 커다란 팔을 들어 응수하자 경쾌한 음악 소리가 박람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소프라노 조수미의 ‘꽃 피는 바다’에 맞춰 시작된 대규모 가장행렬을 바라보며 관람객 1만여 명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붉은 동백꽃 형상이 활짝 피어난 무대 곳곳에서 펼쳐진 정어리 떼와 돌고래·상어·해마·산호초 등의 행렬은 장관을 연출했다. 서울에서 온 관람객 김수정(49·여)씨는 “바다 위 무대와 일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이 너무도 환상적”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스케일이 크고 화려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여수엑스포의 주간 해상 공연인 ‘꽃 피는 바다’가 연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바다를 주제로 한 이 공연은 매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빅오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한국의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세계 11개국의 검증된 콘텐트를 융합한 이 공연에는 주중에는 1만 명, 주말·휴일에는 2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린다. 세계적인 해상 공연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야간에 펼쳐지는 ‘빅오 뉴미디어쇼’와 함께 박람회의 대표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마당놀이를 기본으로 한 이 공연은 빅오를 중심으로 로드 퍼포먼스와 아트 서커스, 분수 쇼, 수상 스턴트 등이 숨 돌릴 틈도 없이 펼쳐진다. 여수의 ‘오돌이 설화’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검증된 쇼와 공연이 총망라된 새로운 장르의 바다 공연이다. 공연 사이사이 등장하는 워터보드와 제트스키의 스릴 넘치는 해상 스턴트 쇼와 와이어 로프(wire rope)를 활용한 공중 서커스도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공연의 완성도와 높은 예술성도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국내외 연기자 153명은 14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급 공연을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연을 하고 있다. ‘꽃 피는 바다’의 총연출을 맡은 조환준(48) 제일기획 디렉터는 “개막일 이후 총 53차례 펼쳐진 공연을 통해 작품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대형 공연의 주연은 단연 11m 높이의 목각 마리오네트인 ‘연안이’다. 연안이라는 이름은 여수엑스포의 주제인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에서 따 왔다. 몸무게 21t의 연안이는 본 공연 시작 전인 오후 1시30분과 공연 직후인 2시에 스카이타워 앞과 주제관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연기자들이 쇠줄로 조종하는 연안이의 모습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는 관람객들의 반응을 노린 로드 퍼포먼스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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