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서 향기가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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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웹을 즐기는 것은 이제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향후 경쟁은 사용자의 코와 혀를 어떻게 자극하느냐로 모아질 것 같다. 몇몇 기업들은 향기나는 컴퓨터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앞다퉈 노력하고 있다.

어떤 기업은 인공 포테이토 향을 침적시킨 PC에 연결된 잉크젯 푸드 프린터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독자들이 지독히 배고픈 상태라면 그 중 하나를 먹게될지도 모르겠다. 우리 눈앞에 서구문명의 몰락이 곧 다가온다는 징조가 아닐까?

무어의 법칙이 20년 동안 정신없이 발전해온 이후, 컴퓨터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와있다고 한다. PC 판매는 지난 분기에 25%나 하락했다(맥의 경우는 40% 하락). 원인은 Y2K가 모든 컴퓨터를 손상시키기 전에 새 컴퓨터를 사야 한다는 구매 열기가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PC는 점점 시대에 맞지 않는 퇴물이 돼가고 있다. 독자들은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작업을 반복했던 일을 기억하면서 자신이 나이가 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이제 인텔은 칩 속도를 GHz 이상으로 올리고 있지만 그들이 받는 대접은 지루한 하품 뿐이다. 관례적으로 어떤 새로운 장치나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우리는 쓰던 PC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 모두는 많은 버그를 갖고 있는 몇 가지 MS 애플리케이션들을 똑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업계는 터무니없는 CPU 이용 방식을 공상하고 있다. 예컨대 http://setiathome.ssl.berkeley.edu/에서 SETI 데이터를 처리함으로써 에일리언들을 찾는 방법이라든가, PC를 전화응답기나 알람시계로 바꾸는 것, 혹은 스멜-오-비전(Smell-o-vision)처럼 화면에서 냄새도 함께 나오는 방식 등이 등장하고 있다.

조만간 독자들은 잠에서 깨면 커피 향을 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디지센츠(DigiScents)와 아로마젯(AromaJet)은 게임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공기 중에 증기를 내뿜거나 ''향기 나는 웹사이트''를 가능케 하는 장치들로 우리의 마음과 후각을 사로잡으려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디지센츠 제품인 아이스멜(iSmell)은 심지어 e-메일에까지 향기를 넣을 수 있도록 해준다(이것을 http://www.realaroma.com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이 사이트의 모토는 "내가 안 그랬어"이고, 스멜유/스멜미 아로마 컨퍼런싱(SmellU/SmellMe Aroma Conferencing)을 약속했다).

트리센스(Trisenx)라는 회사는 PC에서 포테이토 칩의 인공 향이 나도록 만들어 사용자가 화면에서 보고 있는 것의 향기를 즐길 수 있는 PC를 구상중이다. 클릭해서 한 번 맛보자. 냠냠~~

이런 장치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59년 ''만리장성 뒤에서(Behind the Great Wall)''라는 중국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아로마 라마(Aroma Rama)라는 것을 도입했는데, 이것은 극장 안에 동양의 향기가 살짝 스며들게 하는 것이었다.

1년 후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남편 중 한 사람이었던 마이크 토드는 신비의 향기(Scent of Mystery)라는 영화에서 스멜로비전을 선전했다. 광고 표어는 이랬다. "처음엔 움직였다(1895), 그 다음엔 말을 했다(1927). 이제는 향기가 난다!"

스멜로비전에 이어 존 워터의 기상천외한 폴리에스터(Polyester)에서 오도라마(Odorama)라는, 긁으면 향기가 나는 카드가 나왔다(슬로건은 ''향내 맡는 것은 믿는 것이다"였다).

존 워터의 선망의 대상은 싸구려 물건을 만드는 윌리엄 캐슬이었다. 캐슬의 공포 영화 장치에는 1958년 유령이 나오는 언덕 위의 집(The House on Haunted Hill)에서 영화팬들의 머리 위를 지나는 케이블과 도르레 위에 걸어둔 12피트나 되는 시뻘건 해골이었던 에머고(Emergo), 1960년 13인의 유령(13 Ghosts)에서 저급하고 진부한 2차원 거울이었던 일루젼-O(Illusion-O), 1959년 팅클러(The Tingler)에서 사용한 퍼셉토(Percepto) 등이 포함돼있었다.

그 중 퍼셉토가 가장 수작이었는데, 이것은 전기충격을 모방해 의자 밑에 설치한 강력한 동력 조이 부저로써, 오늘날처럼 툭하면 소송을 걸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고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고무처럼 탄력 있는 척추에 바닷가재같이 생긴 지네인 팅글러가 영화 속에서 도망칠 때 영사 기사들은 버튼을 눌러 정해진 의자에 앉아있는 영화 관람객들을 마구 흔들어대는 충격을 줬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아마 PC로 이런 효과를 냈을 것이다.

캐슬은 한 극장주가 팅글러를 개봉하기로 한 전날 밤 수녀들의 이야기(The Nun''s Story) 마지막 회 상영을 보고있던 한 무리의 나이 든 여교사들을 갑자기 동원해 이런 특수효과 장치들을 테스트했다고 혼자 재미있어 했다.

컴퓨터에서 향기가 나오는 시스템은 이미 열렬한 팬을 하나 확보하고 있다. 향수 제조업체들은 지독한 향수를 뿌린 길다란 종이조각들로 잡지책들을 오염시키는 것도 부족해 이제 우리가 일하는 동안 향수 샘플을 우리에게 뿌리고 싶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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