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사업 장밋빛 전망 퇴조 뚜렷"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사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과장된 것이며 앞으로도 이 사업 분야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11일 진행된 MSNBC 주최 ''실리콘서밋 Ⅱ''는 1년전인 작년 2월 ''실리콘 서밋 Ⅰ''의 들뜬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고 전문가들도 작년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상실한 채 인터넷 사업에 대한 기대가 지나쳤음을 고백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제리 양 야후 사장,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사장, 아마존 닷 컴 설립자 제프 베조스 등으로 전세계 인터넷 업계를 주름잡는사람들. 이들은 1년전 인터넷 사업이 ''정보통신 유토피아''라도 이뤄낼 듯한 전망을 내놓았으나 이날 서밋 Ⅱ에서 비교적 차분하게 자신들의 과오를 시인해야 했다.

이들은 인터넷의 앞날은 여전히 밝다고 전망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전망일 뿐이라며 조심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게이트웨이 사장 테드 웨이트는 이날 회의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성을잃고 인터넷의 장밋빛 미래에 사로잡혔었다"고 지적, 작년 서밋 Ⅰ 직후 인터넷 관련 주식이 과대평가됐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사회자인 톰 브로코는 "어째서 사람들이, 그렇게도 현명한 사람들이 사상누각과도 같고 스펀지와도 같은 아무런 기반도 없는 인터넷 사업에 돈을 쏟아 부었을까요"라며 질문했다.

이에대해 투자자문회사인 앨런의 낸시 페레츠맨 부사장은 "우리는 그동안 서로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다"며 인터넷 사업이 치고 빠지기 식의 장삿속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게임''에 대해 "나는 투자한다. 그리고 회사를 대대적을 선전하면 다른 사람이 이 회사를 사고, 그러면 나는 게임에서 빠져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로코는 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설립자가 작년 서밋 Ⅰ에서 "돈을 잃을까봐 걱정이 되면 아마존 주식을 사지 말라"고 말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난 몇 년 간 말장난에 현혹돼 왔음을 넌지시 비꼬았다.

누가 "이익(프로핏 profit)이 날 것으로 보느냐"고 물으면 "예스 프로핏"(Yes,prophet, 그럼요 그렇게 예상됩니다)이라고 대답함으로써 묻는 사람은 인터넷 투자를 통해 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업 전망을 비관할 필요는 없으며 앞으로는 좋아질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런 전망에 대해 사회자와 방청객들은 의구심을 표시했다.

야후의 제리 양은 "지금의 인터넷 사업은 아주 오래 지속될 게임의 초기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10년 혹은 20년은 대단히 매력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베조스는 "지금 안정된 사업 기반을 갖춰 올해말 쯤이면 이윤을 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닷컴 사업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을 위해 ''인터넷의 노예''라는 이름의 Netslaves.com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빌 레사드는 "호언장담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비꼬았다.

그는 "나같은 인터넷 전문 기술자들이나 투자자들이 지금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모른다"며 "우리 모두는 허황된 인터넷 사업의 희생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자도 회의가 끝날 무렵 "오늘 우리가 한 말은 모두 녹음됐다"며 "내년 이맘때 열릴 서밋 Ⅲ에서 이윤을 내겠다는 여러분들의 말이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고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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