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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수의 싱가포르뷰] 헤지펀드 수익률, 개별 국가보다 아시아 전 지역 투자가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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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해 아시아 헤지펀드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투자자의 자금 회수가 속출하는 가운데 수익률마저 저조했다. 특히 헤지펀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식 롱숏 펀드의 경우 2011년 8~9월 두 달간에만 10% 가까운 손실을 봤다.

 올 들어 연초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며 헤지펀드 수익률 역시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유럽 위기의 장기화로 5월 한 달간 아시아 헤지펀드는 평균 4%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저조한 성과다. 아직 지난달 수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장 흐름을 감안할 때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전반적인 환경 속에서 올 상반기 아시아 헤지펀드 시장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금융시장 침체에도 전체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이 다시 가속도를 내고 있다. 2009년 이후 헤지펀드 규모는 20% 넘게 성장했으나 지난해에는 유럽 위기 여파로 1% 성장에 그쳤다. 그러나 올 들어 5월까지 헤지펀드에 들어온 자금 규모는 이미 지난해 말보다 3% 넘게 커졌다. 낮은 금리와 높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더 이상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사라진 상황에서 헤지펀드의 투자 매력도가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흥 시장의 헤지펀드 규모는 2009년 이후 올 5월까지 40% 가까이 성장했다.

 둘째, 한때 헤지펀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주식롱숏펀드의 비중이 꾸준히 줄고, 그 자리를 글로벌 경제 예측과 통계적인 기법에 따라 투자하는 매크로나 CTA(추종매매전략) 등이 대신하고 있다. 시장 위험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유연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이들 펀드의 장점이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펀드는 시장 변화에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나머지 헤지펀드가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견고한 성과를 냈다. 5월 주식롱숏펀드가 평균 5.5% 손실을 기록한 반면 매크로 펀드는 0.26% 손실에 그쳤고, CTA 펀드는 1.36% 수익을 올렸다.

 셋째, 단일 국가에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저조한 수익률과 높은 변동성을 기록하며 헤지펀드 시장에서 그 비중이 줄고 있다. 과거 아시아 헤지펀드 시장은 일본이나 중국·인도 등 단일 국가에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단일 국가 펀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아시아 전 지역에 자유롭게 투자하는 펀드에 비해 성과가 저조했다. 지난 5월, 인도와 일본 단일 국가 주식롱숏펀드는 각각 -9.99%와 -5.4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아시아 전 지역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는 개별 국가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많은 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위험 대비 수익률이 단일 국가 펀드보다 탁월해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적인 금융자산이 과거의 기대 수익률을 충족할 수 없어진 상황에서 헤지펀드는 매우 유용하고 중요한 대안투자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금융위기를 가중시킨 주범의 하나로 오해받기도 했던 헤지펀드 산업은 외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숙해지고 발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헤지펀드가 출범했다. 반년도 안 돼 시장 규모는 6000억원대로 커졌다. 이러한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발전 역시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주식롱숏전략 외에 보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출시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투자 기회 발굴과 위험 분산 측면에서 투자 대상 지역을 한국 밖으로 확대하기 위한 한국 자본시장 업계의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한홍수 KIARA 주식부문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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