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처럼 메르켈 밀어붙인 몬티, 이탈리아 영웅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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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左),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右)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두 ‘수퍼 마리오’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악동’ 마리오 발로텔리와 테크노크라트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마리오 몬티 총리가 그들이다.

 발로텔리는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 결승전에 진출하는 데 1등공신이 됐다. 그는 지난달 28일 밤(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전반에만 두 골을 몰아넣어 2대1 승리를 이끌어냈다. 유럽 1위 경제대국이자 축구 강국인 독일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준결승 등 주요 대회에서 번번이 유럽 경제 3위국 이탈리아에 가로막혔던 악몽을 이번에도 깨지 못했다.

 이튿날인 29일 새벽엔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이번 승자는 몬티 총리였다. 그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유로안정화기구(ESM) 등의 은행 자본확충 직접 지원 합의, 추가적 재정긴축 요구 조건 배제 등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해 냈다. 상대는 역시 독일이었다. 몬티는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힘을 합쳐 그동안 은행 직접 지원을 반대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최후통첩을 보내 양보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탈리아인들에게 모처럼 환한 웃음을 되찾게 해준 겹경사에서 맹활약을 한 두 ‘수퍼 마리오’는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한 칼럼은 “독일이 유럽의 보스라고 해도, 축구에서는 아니다”라고 썼다. “몬티가 이탈리아를 다시 유럽의 리딩 플레이어로 만들었다”고 칭찬한 이 신문은 축구 심판 복장을 한 몬티가 메르켈에게 반칙을 선언하는 모습을 그린 만평을 싣기도 했다.

 유로 2012 4강전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도 승자로 치켜세워지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축구에서처럼 경기를 지배하고 메르켈을 밀어붙인 것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였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언론들은 구제금융을 받은 이전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스페인은 EU·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정밀조사를 받지 않게 됐다는 의미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평했다. 몬티와 라호이 총리는 2일 새벽(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스페인 간 유로 결승전을 나란히 관전했다.

 반면 그동안 강도 높은 긴축을 내세워 유럽 위기 타개를 주도해온 메르켈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최악의 ‘루저(패배자)’가 됐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메르켈) 총리가 의심할 여지 없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비난하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1면에 ‘메르켈 굴복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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