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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 왔다, 21세기판 서부영화 보여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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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를 내놓는다. “시골 마을 보안관의 악전고투라는 점에서 ‘다이하드’와 ‘하이눈’의 느낌이 동시에 묻어날 것”이라고 했다. [중앙포토]

김지운(48) 감독. 충무로의 대표적 스타일리스트다. ‘장화, 홍련(2003)’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이하 놈놈놈)’ 등에서 탄탄한 연출력과 감각적 영상을 보여줬다.

 그가 내년 초 ‘라스트 스탠드’(The Last Stand)로 세계영화의 중심지 할리우드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인 라이온스게이트와 손잡고 5000만 달러(약 57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스펙터클 대작이다. 아널드 슈워제네거(65)의 할리우드 복귀작으로도 화제가 됐다.

 ‘라스트 스탠드’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다룬 액션물이다. ‘놈놈놈’의 할리우드 버전이라 할 만 하다. 미국 LA경찰이었으나 불미스런 일로 뉴멕시코주 국경지대 작은 마을의 보안관으로 자리를 옮긴 레이 오웬스(슈워제네거). 레이는 탈옥한 마약 두목 일행이 멕시코 국경을 넘기 위해 FBI 방어선을 뚫고 마을 쪽으로 다가오자 한바탕 활극을 벌이게 된다. 내년 1월 중순 개봉(예정)을 앞두고 LA에서 후반작업에 한창인 김 감독을 만났다.

‘라스트 스탠드’ 촬영장에서 동료배우와 함께한 아널드 슈워제네거(오른쪽 둘째).

 - 할리우드 첫 도전이다.

 “할리우드가 새로운 영화적 감수성과 신선한 피를 필요로 한 지는 오래됐다. 딱히 할리우드를 꿈꾸진 않았지만 열심히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한국 대표라는 생각은 없다. 보편적 삶의 이야기로 세계 관객에게 영화적 즐거움을 주고 싶다.”

 - 서부영화 느낌이 물씬하다.

 “멕시코 국경의 평범한 사람들이 목숨 걸고 막강한 적을 막아내는 이야기다. 캐릭터와 인정이 드러나는 액션 영화다. 경쾌한 스펙터클을 그렸다는 점에서 ‘놈놈놈’과 같은 즐거움을 줄 것 같다.”

 - 입소문이 좋다고 들었다.

 “상업적인 오락영화니까 그런 게 아닐까. 오락 액션영화지만 평범하고 보편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 슈워제네거를 비롯한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슈워제네거는 항상 파이팅이 넘쳤다. 성실하고 스마트한 배우다. 국적을 떠나 좋은 배우들이 좋은 과정과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느꼈다. 영상예술 속엔 언어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나.

 “할리우드에는 재능 있는 전문가가 많다. 합리적·과학적 시스템을 갖췄다. 한국 같은 정서적 유대감은 바랄 수 없다. 한국은 현장 자체가 감독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할리우드는 그렇지 않다. 한국에선 서로 알아서 진행됐던 것도 여기서는 집요하게 요구하고 어필해야 한다. 그런 시스템 안에서 내 의견을 어떻게 납득시키는가에 대한 연구와 논리가 필요했다.”

 - 외로움도 컸겠다.

 “여기서 나는 아무것도 없는 ‘외국인 노동자’일 뿐이었다. (웃음) 친구도 별로 없고 일만 하는 것 같아 정말 외국인 노동자의 심정이 느껴지더라. ‘포기할 수 없다. 외로움과 서러움을 견뎌내자’는 목표가 생기면서 더 강해졌다. 책을 읽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는 점은 좋았다.”

 - 성취감과 긴장감, 둘이 교차하겠다.

 “한국에서 데뷔했을 때와 똑같은 심정이다. 그 때처럼 어려웠고, 그만큼 데뷔에 대한 설렘도 크다. 세계 영화산업의 패권을 가진 할리우드에서 정상급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었다는 쾌감도 느낀다.”

 - 누아르·액션·스릴러·공포까지 많은 장르를 거쳤다. 다음은 뭔가.

 “범죄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2010)’를 끝내고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 1년간 외로운 미국 생활을 하며 사랑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 착하고 좋은 영화, 모든 분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잔인한 멜로보다 아름다운 멜로가 더 좋다. 좋아했던 장르는 아니지만 로맨틱 코미디에도 관심이 있다. 상업적인 목적에서 웃음을 만들어내기보다 살아가며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유머, 사랑의 감정 속에서 나오는 아이러니를 넣어 만든다면 얼마든지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LA 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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