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얼업 모뎀이여, 영원하라!

중앙일보

입력

새로운 세대의 아날로그 모뎀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런 모뎀들은 V.92라는 새로운 표준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것만 있으면 데이터 콜을 대기시키고 다이얼 업 시간을 단축시키며, 더 빠른 업로드 속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독자들은 업로드와 다운로드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혹시 몰랐을 지도 모르겠다).

DSL이나 케이블 모뎀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하찮은 소식으로 들리겠지만 일반 사용자들이나 수백만 명의 홈 사용자에게는 대단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아날로그 모뎀은 오직 데이터 콜만을 위한 제 2회선을 불필요하게 만들어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아직도 아날로그 모뎀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비록 V.92가 최대 속도에 대한 장벽을 알려주고 있지만 말이다. 아날로그 모뎀은 이미 성숙된 기술이지만 여기서 ''성숙하다''는 것은 내연 엔진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모뎀은 앞으로 많이 바뀌지 않을 것이며, 이미 제자리를 찾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POTS(plain old telephone service) 라인이 존재하는 한, 이 라인에 연결되는 아날로그 모뎀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물론 이 모뎀은 느리고, 그것이 점점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적절할 뿐 아니라 때때로 우리들 대부분은 다른 선택의 여지를 갖고 있지 않다. 이런 오래된 아날로그 모뎀은 다른 옵션에 비해 상당히 양호해 보인다.

이미 줌(Zoom)이 V.92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US 로보틱스(US Robotics)도 지난주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했으며, 다른 모뎀 업체들도 뒤를 이을 것이다. 조만간 V.92는 다용도 모뎀이 될 것이며, 운 좋은 사람들은 이미 갖고 있는 모뎀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용자들은 새로운 기능들을 제공할 모뎀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위해 자신의 랩톱 벤더 웹사이트를 체크해 보라.

필자는 현재 갖고 있는 V.90 모뎀을 V.92로 업그레이드하는데 얼마나 들지 확실히 모르겠다. 그렇다고 새로운 V.92 모뎀을 구입하기 위해 100달러 정도를 소비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독자들은 생각이 다를 것이다. 비록 필자는 돈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독자들은 V.92 모뎀에 돈을 들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부득이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매달 50달러 정도의 케이블 또는 DSL 접속 요금이나 제 2의 전화선을 고려한다면 말이다(그건 그렇고, 구매하기 전에 독자들의 ISP가 ''대기'' 기능을 지원하는지 확인하라).

전화선과 아날로그 모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다른 사용자에게는 다른 옵션도 있다. CDPD 네트워크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데이터를 휴대폰 접속을 통해 전송한다.

필자는 시에라 무선 모뎀인 에어카드 300과 AT&T 네트워크를 사용해봤다. 에어카드는 네트워크 어댑터와 비슷해 보이며 PC 카드 슬롯에 설치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무선 카드처럼 다이얼업 접속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카드가 슬롯에 끼워져 있으면 언제든지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접속 속도는 정말 느려서 다이얼업 아날로그 모뎀 접속이 훨씬 빠르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퍼져있고, 브라우징이 힘들다하더라도 최소한 e-메일은 그렇지 않다.

또 다른 옵션은 역시 필자가 시범 사용해봤던 메트리콤의 리코체트 128kbps 서비스다. 예컨대 필자가 사는 동네의 모든 소방차들은 중요하지만 긴요하지 않은 데이터의 무선 전송을 위해 리코체트 모뎀을 사용한다.

필자는 이것을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위해 사용한다. 때로는 실리콘 밸리 주변을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이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드웨어 가격은 99달러에 불과하며 필자는 그 서비스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모뎀을 쉽게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3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이 서비스는 몇 안 되는 시장에서만 제공된다. 둘째, 연간 900달러 정도가 소요된다. 셋째, 최근에 메트리콤은 새로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올 6월에 자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행자의 경우에는 세 번째 옵션이 있다. 즉 적당한 호텔을 찾으라는 것이다. 시애틀에 있는 W 호텔은 필자가 2주전에 MS를 방문했을 때 묵었던 곳인데, 하루에 9.95달러만 내면 실내 고속 이더넷 접속을 제공해준다.

필자처럼 오랫동안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굉장한 조건이다. 필자의 평상시 작업 방식인 전화선이나 AOL을 사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

필자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집에서나 길에서나 다른 모든 것이 실패하더라도 언제든지 아날로그 모뎀과 다이얼업 접속에 의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무선이나 케이블, DSL만큼 호기심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직도 구형 모뎀은 쓸만한가? 아니면 아날로그 기술은 이제 가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퇴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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