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음성인식 … 시애틀 고층빌딩 높이 묻자 “183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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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술발표회 ‘개발자회의’에서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가 ‘구글 글라스’를 시연하고 있다. 구글 글라스는 안경 알에 각종 정보를 표시해 주는 기기다. 구글은 이날 안드로이드 버전 4.1 ‘젤리 빈’과 자체 태블릿PC ‘넥서스7’도 공개했다. [샌프란시스코 로이터=뉴시스]

구글 글라스를 쓰고 퇴근길에 나선 A씨,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3분 후 도착”이라는 메시지가 눈앞에 뜬다. 구글 글라스는 눈앞에 정보를 표시해 주는 안경처럼 생긴 기기다.

기아 타이거즈가 이기고 있다는 경기 결과와 삼성전자가 갤럭시 S5를 내놨다는 긴급 뉴스도 차례로 나온다. 버스에 오르자 “내일 오전 10시 고객사와 회의가 있습니다. 그쪽 담당자 B씨가 30분 연기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라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그는 “알았다고 답장 보내고 우리 참석자들에게도 알려줘”라고 지시한다. 변경 내용은 그의 일정을 담은 구글 캘린더에 자동으로 반영된다.

버스에서 내린 그는 아내가 부탁한 세제를 사려고 상점에 들른다. 상표가 기억나지 않아 아내와 연결한다. 글라스에 달린 카메라는 그가 보는 장면을 집에 있는 태블릿으로 전송한다. “거기 빨간 거 사다 줘요”라는 말에 물건을 집어 든다. 물건값은 전자지갑인 ‘구글 월릿’을 통해 자동으로 지불된다.

 아직은 실현되지 않은 가상의 상황이다. 하지만 구글은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배경엔 기능이 향상된 운영체제 ‘안드로이드’가 있다.

 구글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센터에서 막을 올린 연례 개발자회의 ‘구글IO’에서 안드로이드 새 버전인 4.1 ‘젤리 빈’을 소개했다. 휴고 바라(36) 안드로이드 제품총괄은 “기존 4.0버전(아이스크림 샌드위치)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작동과 향상된 음성검색, 그리고 ‘구글 나우’를 결합한 편리한 사용법”을 가장 큰 변화로 들었다. 바라 총괄이 음성검색을 통해 “스페이스 니들(시애틀의 고층빌딩)의 높이는”이라고 묻자 “604피트”(183m)라는 답이 나왔다. 구글이 지난달 내놓은 지식 그래프가 적용된 것이다. 지식 그래프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결과를 관련 페이지들과 함께 보여주는 기능이다. 이날 발표한 ‘구글 나우’는 더 강력한 기능을 갖췄다. 사용자가 묻지 않아도 적절한 시점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버스 정류장에 가면 묻지 않아도 출근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려주고, 일정이 있으면 해당 장소에 가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교통편을 계산해 미리 알려주는 식이다. <중앙일보>6월 28일자 E2면>

 행사의 대미는 래리 페이지(39)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구글을 공동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39)이 장식했다. 군도트라 수석부사장이 “1년 전 출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구글 플러스’ 가입자 2억5000만 명 가운데 모바일 기기로 접속하는 사람 수가 PC 사용자를 넘어섰다”고 설명하는 도중 예고 없이 무대에 오른 그는 구글 글라스를 쓰고 구글 플러스의 다자간 영상채팅 애플리케이션인 ‘행아웃’을 시연했다. 그는 “내 친구가 1마일(1.6㎞) 상공에 있다”며 비행선을 타고 있는 스카이다이버와 연결했다. 행사장의 대형 스크린에는 다이버가 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이 나왔다. 그가 비행선에서 뛰어내려 모스콘센터 지붕에 내려앉을 때까지 생생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브린은 “구글 글라스가 대중화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들여다보는 것이 어색해질 것”이라며 “이처럼 기술의 끝을 미래로 확장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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