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로 돌아온 로드 스튜어트 '휴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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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특별한 선물'로 칭송받은 목소리, 섹시한 외모와 그에 못지 않은 스캔들로 20세기를 장식했던 팝스타 로드 스튜어트가 2001년 새 앨범과 함께 돌아왔다. 3년만에 선보인 '휴먼(Human)'은 5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그가 파란만장했던 음악인생을 회고하기보단, 새로운 장을 향해 나가는 젊음과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945년 런던에서 태어난 로드 스튜어트. 고단한 2류 축구선수의 삶을 접고 60년대 후반 브릿팝계에 데뷔했을 때, 그가 일으킨 반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3대 기타리스트'라는 제프 벡의 밴드에 합류, 독특하고 매력적인 허스키와 넓은 음역을 선보인 젊은 스튜어트를 보며 비평가들은 당대 최고의 록보컬리스트를 예감했다.

그룹 페이스의 보컬과 솔로활동을 병행하던 스튜어트는 72년 영·미 차트 정상을 차지한 첫 넘버원 히트곡 '매기 메이'를 통해 솔로가수로 입지를 굳혔다. 70년대 후반 미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뒤 '투나잇 이스 더 나잇' '풋 루스' '카모플라지' 등 히트작들을 쏟아내며 명실상부한 월드스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록과 포크를 거쳐 디스코, 팝 등 혼란스런 음악의 길을 걸어온 스튜어트에겐 뛰어난 재능만큼이나 혹독한 비평이 뒤따랐다. 특히 다른가수의 노래를 당시 유행과 자신의 보컬 스타일에 바꿔 부른 히트곡들은 그에게 '리메이크의 제왕'이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세일링'과 '아임 루싱 유' '다운타운 트레인'을 비롯 비교적 최근에 사랑 받았던 '해브 아이 톨드 유 댓 아이 러브 유' 등이 모두 리메이크 곡들이다. 끊이지 않은 여성편력도 공격의 대상이 됐다.

찬사와 비난 속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스튜어트는 94년 비로소 록앤롤 명예의전당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고, 98년 본격적인 리메이크 앨범으로 다시 한 번 장기를 발휘했다. 이듬해 갑상선 암과 투병하며 힘든 시기를 맞았던 그가 3년의 공백을 뒤로 하고 선보인 역작이 새 앨범 '휴먼'이다.

스튜어트가 새롭게 선보이는 장르는 놀랍게도 R&B다. 60년대초 런던의 R&B 밴드에서 가수활동을 시작한 전력이 있긴 하지만 역시 시대의 흐름에 귀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휴먼' '러브리스' 등은 이런 그의 노력을 잘 반영한 곡. 특히 첫 곡 '휴먼'은 세련된 R&B 리듬에 스튜어트의 강렬한 보컬, 후반부 건스 앤드 로지스 출신 슬래시의 묵직한 기타가 독특하다.

이어지는 '스미튼'은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으로 올 그래미에서 여자 팝 보컬부문을 수상한 메이시 그레이의 작품이다. 서정적인 선율에 실린 스튜어트의 감수성 짙은 보컬이 조화롭다. 헬리콥터 걸과 함께부른 듀엣 곡 '돈 컴 어라운드 히어', 레게 리듬이 흥겨운 '이프 아이 해드 유'와 역시 리메이크를 통해 원작 이상의 매력을 담은 '잇 워스 러브 댓 위 니디드' '투 비 위스 유' 등도 듣기 좋다.

스튜어트의 오랜 팬이라면 앨범의 말미에서 흥겨움이 배가된다. 모타운풍의 스윙넘버 '런 백 인투 유어 암스', 전성기 스튜어트의 경쾌한 록을 연상시키는 '아이 캔트 디나이 잇'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팝 팬에게 스튜어트의 철지난 R&B는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세기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물론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폭발적인 보컬은 여전히 환하게 빛난다.

수록곡 듣기

Human

Smitten

Run Back Into Your Arms

I Can't Deny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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