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회계 잘못 …고친 금액 10조원

중앙일보

입력

1999년 회계연도에 기업들이 전년도 회계장부가 잘못됐다며 수치를 고친 금액이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신용정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를 받는 제조업체 7천5백9개사의 99회계연도 전기(前期)오류수정 금액은 모두 9조7천8백6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 오류수정이란 전년도에 실수나 누락 등으로 장부상 계산이 잘못된 재무제표를 다음해에 고쳐 이익.손실을 바로잡는 것이다.

제조업체의 오류수정 금액 가운데 7조2천3백89억원은 손실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어서 제조업체들이 경기가 나빠지자 손실을 적게 하고 이익을 부풀렸다가 이를 다음 회계연도에 털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회계법인 관계자는 "전기 오류 수정 가운데 특히 손실 금액은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흔히 쓰는 수법" 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회계장부 수정 중 상당수는 장부조작을 통해 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회계장부 오류수정 손실 금액은 97회계연도만 해도 2조4천7백88억원이었으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98회계연도에 7조6천8백5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전기 오류수정의 손실이나 이익을 이용해 장부를 고치는 기업들이 워낙 많아 이 항목을 이용해 분식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가 쉽지 않다" 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장부 수정이 많을 경우 투자자들이 기업이나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때문에 전체 기업의 5% 정도가 아주 작은 실수가 있을 때에만 사용하는 회계방식" 이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lees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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