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낀 하반기 주택시장, 내집 마련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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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주택시장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드물고 대부분 팔려는 사람이다. 거래도 거의 실종됐다.

유럽 등 대외경제 위기로 경기가 위축된 탓이 크다.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나서봤지만 별 소용이 없다.

분양시장에서도 분양가가 싼 아파트나 인기지역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일부 수익형 부동산에만 수요자들이 몰렸다. 문제는 앞으로다. 먹구름이 걷히면 좋겠지만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상반기…“주택시장 백약이 무효”

상반기 주택시장은 유럽발 경제위기 등 국내·외 경기 침체 여파로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주택 매수심리 위축으로 아파트 값은 떨어지고 주택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분양시장도 부산 등 지방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힘을 쓰지 못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긴급 처방(5·10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위축된 시장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 결과 상반기 전국 아파트 값은 평균 0.88% 내렸다. 서울·수도권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특히 서울은 2.23% 내려 세계 금융위기가 불거졌던 2008년 하반기(-3.94%) 이후 반기별로는 4년 만에 가장 많이 내렸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 거래량(1~5월)은 28만707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주택시장 침체는 유럽에서 불어 온 경제 위기와 국내 가계부채 증가 등 국내·외 경기 위축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서강대 경제학부 김경환 교수는 “경제 불안이 지속되면서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됐다”며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경제력이 있어도 집을 사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정부가 다급히 5·10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주택시장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5·10 대책 이후 매수세가 붙는 등 주택 거래가 전혀 늘지 않았다”며 “매수세를 유인할 수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나 취득세 감면과 같은 핵심 내용이 빠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양시장 분위기도 대체로 비슷했다. 지방 등 일부 지역의 입지여건이 좋은 단지 등에만 청약 수요가 몰렸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 정연식 상무는 “세종시 등 주택 수요 증가로 향후 가치가 상승할 만한 단지나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처럼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현격히 싼 단지 위주에만 청약수요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 상품의 인기가 이어진 것도 상반기 분양시장의 특징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최근 몇 년 새 오피스텔 등의 공급이 급증했지만 여전히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하반기…“침체 수렁 벗어날까”

주택시장은 하반기에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유로존 불안이 계속 확산되는 등 대외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12월 대선이 있지만 대선 특수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무엇보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정리돼야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경제 위기는 오히려 악화일로다.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까지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나섰다. 대외 경제위기에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잇따라 하양 조정되고 있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도 “해외 위험요인 증대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내부 문제도 적지 않다. 하반기 19만1000여 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특히 이 중 63%인 12만2000여 가구는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공급 증가는 집값 안정의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집값이 약세일 때는 가계부채를 부실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지만 경제 불안으로 DTI 규제 완화나 취득세 완화와 같은 핵심 대책을 내놓기도 어렵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 우려 때문에 DTI 한도 확대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정부 대책이 더 나와도 특별한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새로 대책이 나오더라도 하락폭을 조금 둔화시키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기변동·규제완화 등을 지켜보면서 주택 구매 타이밍을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가계 부채가 위험수준이고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므로 무리하게 대출 받아 매수에 나서는 것을 경계한다. 박상언 사장은 “실수요라면 집값이 꽤 빠졌을 연말께 도심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셋값은 하반기에도 안정세를 이어갈 것 같다.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어서다. 싼 전셋집을 찾는다면 인천이나 경기도 김포·고양·수원시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 지역에 입주가 몰려 전셋값이 많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분양시장은 국지적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공급이 급증한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별 주택 공급량 등을 참고한 뒤 분양 받을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관심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완공 뒤 공실률 등을 감안한 예상 임대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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