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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투표·등록 위해 비행기 두 번 타니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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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종범 재유럽한인회 총연합회장·승은호 아시아한인회 총연합회장·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유진철 미주한인회 총연합회장·오공태 재일민단 중앙본부장(왼쪽부터)이 26일 오후 세계한인회장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좌담회를 하고 있다. 이 대회는 전 세계 73개국의 한인회 회장과 임원 400여 명이 모여 29일까지 열린다. [김성룡 기자]

4·11총선에서 투표율 2%에 불과했던 재외국민 투표, 이대로라면 과연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6일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김경근) 주최로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개막한 제13차 세계한인회장대회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이를 의식했는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등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번 대회엔 73개국의 한인회 회장과 임원 400여 명이 모였다.

 본지는 이날 유진철(57·미국) 미주한인회 총연합회장, 오공태(66·일본) 재일민단 중앙본부단장, 박종범(55·오스트리아) 재유럽한인회 총연합회장, 승은호(70·인도네시아) 아시아한인회 총연합회장과 좌담회를 마련, 재외국민 투표의 문제와 개선책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진행은 본지 김영희 대기자.

◆투표권

 ▶김영희=지난 총선 때 재외국민 투표율이 저조했다. 선거 무용론도 나온다. 선거가 동포 사회를 정치적으로 오염시킬 우려가 있나. 또 애국가 논란을 보는 입장은.

 ▶유진철=처음엔 지역 갈등이 태평양을 건너온다고 생각했다. 막상 총선을 치러 보니 심하지 않더라. 대선 때 투표를 벼르는 한인이 많다. 새누리당이 해외교포는 여당을 당연히 찍어줄 것이란 안이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이 민주당은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동포들은 “동해물과~”만 들어도 금메달을 딸 때처럼 감격스럽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 사는 동포 모두를 모독했다.

 ▶박종범=재외동포 사이에 야권연대 득표율이 국내보다 높게 나왔다. 오스트리아에선 국내 선거일보다 거의 열흘 앞서 실시했다. 김용민 막말 파문이 일기 전이었다. 야권 지지율이 한참 높았던 때다. 재외국민선거는 국내 정치상황과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유럽엔 27개 나라 중 영국(5만 명), 독일(4만 명) 두 나라 한인사회가 가장 큰데, 분명 여야 대립이 있다. 다만 유럽의 한국 동포는 예전에 비해 요즘 사기가 떨어졌는데, 한국 정치를 위해 도장 한 번 찍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승은호=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엔 대사관이 한 곳이다. 등록과 투표 때문에 비행기를 두 번 타야 하는데, 등록이라도 우편으로 받아주면 투표율이 올라갈 수 있다. 우편투표 얘기도 나오는데, 그건 부정의 소지가 많을 거다. 조국이 없으면 개인도 없다. 애국가 부르기 싫으면 북한에 가서 살면 된다.

 ▶오공태=일본 한인이 56만 명인데 여권 소지자는 딱 절반이다. 문제는 여권이 없으면 투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외국인등록증명서나 민단 국민등록번호를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본 사람 중에도 가사가 일왕을 우상화한다고 기미가요(君が代)를 안 부르는 사람이 있다. 애국가 가사에는 문제가 없다. 이석기 의원의 국적은 한국인가 북한인가.

 ◆한국의 동포정책

 ▶승은호=장쩌민(江澤民·강택민) 전 국가주석이 화상(華商)을 만들며 상당히 많은 돈을 투자했다. 우리 정부가 한상(韓商)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다. 대통령조차 관심이 없다. 2005년 세계 화상대회를 코엑스에서 개최할 때 노무현 대통령이 축사를 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한상대회에는 아무도 안 온다. 또 한국이 잘살게 돼서인지 외국에서 돈 들여오면 불러서 세무조사하면서 아주 애를 먹인다. 자유화가 됐다지만 아직도 투자환경이 안 좋다.

 ▶유진철=전 세계에 나가 있는 동포들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면 상생인데, 한국은 되레 한인사회와의 접촉을 피한다. 한국 대기업이 미국 지사로 들어오면 20~30년 이뤄놓은 동포 비즈니스를 본국 자본으로 무너뜨리기도 한다. 필요할 때만 동포이고, 안 필요할 때는 검은 머리 외국인에 불과하지 않나. 동포를 상대로 한 포용정책이 절실하다.

 ◆한류

 ▶김영희=K팝 위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동포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박종범=유럽의 모든 가정에 삼성·LG 제품, 현대·기아차가 들어가면서 친밀도가 생겼다. 경제·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문화·예술이 뒤따라가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경제·기술은 사실 중국이 거의 따라오지 않았나. 오스트리아의 자존심인 모차르트나 베토벤을 한국 유학생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가 더 잘 해석해서 연주하니 완전히 반한다. 한류도 전략이 필요하다.

 ▶오공태=재일민단이 전국 2000개 학교에서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는데, 일본인 수강생이 엄청 몰려들어 재정에 도움을 준다. 일본 귀화자가 5~6년 전까지는 연간 1만 명이었는데, 계속 줄고 있다. 한류 때문인 듯하다. 도쿄 신주쿠의 ‘한류당’엔 걷기 힘들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혐한(嫌韓)은 극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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