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등 90% 취업" 대박 고등학교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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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돈호 교장

구미전자공고 3학년 이창명(19·전자계측제어)군은 2학년 초반에 실시된 삼성전자 채용시험에 합격했다.

 오는 12월 입사할 예정인 이군이 회사로부터 약속 받은 조건은 파격적이다. 우선 전문대 졸업자와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입사 후 군에 입대하게 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군 복무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하는 것은 물론 입대 기간은 휴직 처리돼 근속연수로 인정받는다.

 입사 전에 받는 혜택도 많다. 지난해 방학 때는 한 달 동안 삼성전자 구미 무선사업부에 들어가 인성과 전공 교육을 받았고, 지금은 방과 후에 삼성전자 직원으로부터 직무 교육을 받고 있다. 방과 후에는 영어회화도 배우고 있다.

 구미전자공고(경북 구미시 임수동)는 2010년 기술명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로 전환한 학교다. 이군 말고도 이 학교 3학년 전체 269명 중 90%(242명)의 취업이 이미 확정됐다. 삼성전자·LG이노텍 등 대기업 6곳에 187명이, 계양정밀 등 벤처·강소기업 23곳에 55명이 들어가게 됐다.

 취업이 확정된 남학생들은 이군처럼 군 복무를 마치고 복직한 뒤 경력을 인정받는다. 그동안 특성화고(실업계) 재학생 취업의 걸림돌인 군 미필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선 입사 뒤 일을 배울 때쯤 직원을 군대에 보내면 큰 손실을 보기 때문에 군 미필자 채용을 기피했다. 구미전자공고도 이 문제에 걸려 취업률이 55%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마이스터고 전환을 계기로 최돈호(58) 교장이 부임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다. 그는 LG그룹에서 공장장과 인사·경영관리 임원을 지냈기 때문에 누구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취임 직후 교과과정을 이론에서 현장기술 중심으로 고쳤다. 기업 임원들을 초청해 이런 변화상을 설명하고 직접 참관시켰다. 그러자 기업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맞춤반 운영이 시작됐고 재학 중 취업도 줄을 이었다.

 취업률이 개선되자 신입생 성적도 올라갔다. 올해 입학생 성적은 중학교 내신 평균 17%에 달했다. 최 교장은 “프로야구 선수도 잠재력을 보고 고졸 신인을 선발하지 않느냐”며 “우리는 기업이 기대하는 이상으로 학생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이 확정된 학생이라도 졸업 때 전공·외국어·인성 등 5개 분야 성적이 B등급(전체 A~E 5개 등급) 이상을 받지 못하면 내보내지 않는다. 3학년 중 현재 39명이 여기에 걸려 있다. 이들은 남은 기간 영어(TOEIC) 점수를 끌어올리고 자격증을 더 따야 내보낸다.

 LG이노텍 김통영(42) 인사팀장은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검증된 우수 인력은 군대 2년 공백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구미전자공고는 단 한 명도 대학 진학 희망자가 없다. 독일과 겨룰 수 있는 마이스터 학교를 만드는 게 이 학교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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