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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5명 여행사 ‘마을걷기’로 억대 매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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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북 용담면 농촌마을로 여행 온 아이들이 소에게 풀을 주면서 함께 어울려 놀고 있다. 사회적기업 ‘풍덩’은 이처럼 자연, 생명과의 교감, 소통을 꾀하는 생태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진 풍덩]

‘풍덩’은 전북 진안군에 있는 작은 여행사다. 상근 직원이 5명이고, 그 중 3명은 장애인·고령자 등 취약계층이다. ‘함께 더불어 사는 공정여행’을 기치로 내걸고 2010년 7월 설립해 사회적기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풍덩은 농촌관광·생태여행에 초점을 맞춰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농산물을 생각하는 로컬 푸드와 자아 찾기, 치유·생태 등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관광객들은 마을 길을 걸으면서 할아버지·할머니로부터 나무·숲 얘기를 듣는다. 농사짓기 체험을 해 보고 농산물 유통 과정도 눈으로 확인한다. 밥상은 마을회관이나 정자나무 아래서 펼치고, 숙박은 농가에서 한다. 풍덩의 매출은 지난해 약 1억6000만원. 올해는 3000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3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김춘희 사장은 “여행자들에게는 내적인 풍요로움과 행복·만족을 채워 주고, 지역민들에게는 이익을 공유하면서 우리 마을의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안목을 열어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북이 ‘사회적기업의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북에는 사회적기업 100여 개가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이 가운데 풍덩 같은 스타 사회적기업이 탄생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인정받아 아시아 최대 규모인 사회적기업 교류 행사를 전북도가 유치했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일원에서 열리는 ‘2012 아시아 사회적기업 리더 포럼 (2012 SELF Asia with ASES)’이다. 행사에는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15개국에서 3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미국·영국·덴마크·프랑스·호주 등 선진 5개국에서도 활동가들이 온다. 세계 각국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책·사례에 대해 토론하고, 청년 캠프도 진행한다. 국내·외 대표적 사회적기업 40여 곳이 현장에 홍보 부스를 차린다.

 이 행사를 국내서 처음으로 여는 전북의 사회적기업 정책이 한발 앞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북은 2008년 사회적기업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정, 관련 업체 육성을 위한 지원 근거를 만들었다. 이 조례는 2~3년 뒤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오형민 전북도 사회적기업담당은 “시너지 효과를 노려 업체를 한 곳에 모은 협동화 빌리지, 학교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교육청과의 육성협약, 수익모델 발굴조사 등 우리 도가 전국 최초로 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개방형 민간전문가로 채용된 그는 이번 아시아 포럼 유치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전북도는 고용부의 일자리경진대회(사회적기업)와 사회적기업 육성 평가에서 우수 자치단체로 뽑혔다. 최근에는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온라인 마케팅 컨설팅 협약을 맺었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지금까지는 사회적기업의 씨를 뿌리기 위해 지원체제 구축과 분위기 만들기에 주력해 왔다”며 “앞으로는 이들이 홀로서기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핵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일반 사기업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기업활동으로 발생한 수익의 3분 2이상은 지역사회의 복리증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들이나 고령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거나 지역사회를 위한 장학금 조성, 발전기금 기부 등 방법으로 이익을 환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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