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언어장벽 없앤다"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세상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유토피아-.넷피아닷컴(http://www.netpia.com)의 이판정(37) 대표가 추구하는 목표다.이를 이루기 위한 수단은 인터넷 주소(도메인 네임) 의 한글화다.영어로 된 기존의 인터넷 주소 대신 한글 키워드를 사용함으로써 사이버 세상에서의 ‘언어 장벽’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997년 이후 5년째 ‘끈질기게’ 한글 도메인 사업에 매달려 왔다.그는 “그동안 돈도 못벌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고,무엇보다 일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키워드 방식의 한글 인터넷 주소의 장점에 대해서는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한글로 된 기업·기관·개인 이름을 주소창에 써 넣으면 바로 웹사이트에 접속된다”고 자랑한다.

이런 편리함 때문인지,지난해 말부터 한글 도메인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 등의 한글 도메인 신청·등록이 부쩍 늘고 있다.네티즌들의 한글 도메인 사용도 크게 늘었다.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 연말이면 한글 도메인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글 도메인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쉽게 쓰는 것을 바란다.이를 위해서는 한글 이름으로 된 문패(실명 인터넷 주소) 를 만들면 된다.그러면 영어로 된 홈페이지 주소를 몰라도 한글 이름만으로 원하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종전처럼 영어 주소를 사용하면 되지 한글이 왜 필요하냐는 반응도 많았지만,써 본 사람마다 무척 편하다는 반응이었다.특히 인터넷 주소를 정확히 기억 못할 때 편리하다.도메인은 한번 등록하면 전세계에서 유일한 것이 되는만큼 엄청 중요하다.5∼10년 후면 인터넷 주소를 한글로 쓰는 시대가 된다.”

-왜 한글 도메인에 관심을 갖게 됐나.

“답답해서 시작했다.지난 97년 한국전산원에서 전국교육망 도메인과 지역 도메인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는데,인터넷 주소가 너무 복잡해서 한글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그때는 금방 될것 같아 꿈에 부풀었는데,벌써 5년째 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98년10월 서비스를 시작했다.지금까지 25만개 정도의 한글 도메인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웬만한 기업·관공서는 다 접속된다.이용 건수는 98년에 하루 2만∼3만건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하루 2백50만∼2백70만건이다.올 연말께면 하루 3천만건 정도 될 것이다.이 정도면 궤도에 오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도메인 매점매석이나 동명이인 간의 다툼 등 부작용도 예상되는데.

“앞으로 분쟁이 늘어날 것이다.한글 도메인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운용을 위한 주소 정책이 굉장히 중요하다.도메인 등록 때 권리관계를 확인하지만,기업이나 개인 이름이 같은 경우가 적지 않다.다툼이 발생하면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다른 업체와의 경쟁도 치열한데.

“10여곳이 경쟁하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들어오면서 많이 없어져 2파전을 벌이는 양상이다.시장점유율에서 앞서 있는만큼 이길 것으로 낙관한다.어려운 비즈니스지만 나한테는 잘 맞는 것 같다.남들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재미가 없지 않나.”

-그동안 여러가지 사업을 했는데.

“대학(동아대 법학과) 에 입학은 했지만,형편이 여의치 않아 다니지 않았다.대신 변리사 시험공부를 했다.새벽 5시반에 도서관에 가서 밤9시까지 공부하는 생활을 3년동안 했는데,시험 운이 없었는지 자꾸 떨어졌다.당시 아는 학원 강사가 그 열정으로 사업을 해 보라고 권유해서 방향을 바꿨다.독서실,학원,출판사,700서비스,건강음료 사업 등 여러가지를 해 봤다.지금 하는 사업이 8번째 일이다.”

-어떤 일이 제일 마음에 들었나.

“다른 사업들은 재미가 없어서 일찍 그만뒀는데 한글 도메인 사업은 재미가 있어서 계속 하고 있다.돈을 벌기 위해 일해서는 성공 못한다.지금 하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 뭔가 생각해야 한다.사업을 하면서 큰 성과는 못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변리사 공부에 죽자사자 매달리는 동안 법을 공부하면서 분석력을 키웠다.건강음료 사업을 하면서는 식품과 건강에 관한 지식을 키웠다.사업하면서 간강 유지하는 법도 배웠다.지금도 체력에는 자신있다.직원들 건강을 위해 사무실 한쪽에 체력단련실을 만들어 탁구대와 헬스기구를 설치해 놓았다.”

-회사의 올해 목표는.

“작년에는 매출 28억원에 10억원 적자였다.하지만 작년 4분기부터 매출이 급증하면서 이익을 내고 있어 올해는 낙관적이다.기업과 개인의 한글 도메인 등록이 계속 늘고 있어 올해는 매출 1백억원에 30억원 정도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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