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도올논쟁 점입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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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는 도올 김용옥씨의 『도올논어2』(통나무)와 이경숙씨의 『노자를 웃긴 남자2』(자인)를 지난 2주에 걸쳐 프론트면 머리기사로 소개했다.

모로하시 데츠지의 '공자 노자 석가' (동아시아)와 함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독서시장의 동양학 붐을 주도하는 국내의 두 저자가 펴낸 이 후속 신간에 대한 관심은 예상대로 조인스닷컴 (http://www.joins.com/cgi-bin/sl.cgi?seriescode=803&kind=sl) 등 여러 토론 공간에서 철학 논쟁으로 연결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철학적 논쟁이란 과연 전례없는 풍경임이 분명하다.

우선 문제의 두 신간부터 다시 음미해보자. 두 책은 모두 도올과 관련이 있으면서도, 도올이 작업한 『논어』『도덕경』에 대해 각기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 사이에 다소간의 혼란도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논어』에 대한 주석은 훌륭하다면서 왜 그가 쓴 『도덕경』해석은 맹공격을 당하는지에 대한 궁금증 말이다. 앞뒤 사정을 다시 밝히자면, 도올에 대한 기사는 『도올 논어』의 경우 도올의 해석학적 관점이 녹아있어 높게 평가할 만 했다. 본격 주석서로도 손색이 없다는 판단은 그 때문이다.

『노자를 웃긴 남자2』의 저자 이경숙씨와의 인터뷰는 베일에 싸인 이 저자의 실제 모습과 도올을 비판한 속생각을 드러내보이고 싶었던 작업이었다.

전혀 뜻밖에 등장한 제3의 인물 이경숙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지리라 판단된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철학 논쟁은 양면성이 있어 보인다.

이를테면 조인스 닷컴의 '도올 논쟁' 코너의 경우 흥미롭게도 논쟁의 구도와 방식 역시 예전과 다르다. 예전의 경우 실명의 도올 한 사람과 익명의 다수가 대립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이경숙이란 실명의 대립항이 설정되고 또 내용도 인상비평을 떠나 보다 구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당사자들의 침묵 속에 열렬 지지자 사이의 설전이란 점에선 예전과 동일하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점도 있다. 토론문화의 미숙함이 그것이다. "반대편을 헐뜯고 인신공격하는 거친 말들은 우리 정치권의 복사판을 보는 것 같다" 는 한 토론자의 지적도 그 때문이리라.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랴 싶기도 하다.

본디 동양학 공부란 해석의 게임이어서, 활발한 해석 작업에 거친 토론문화의 개입은 한시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올이 80년대 이후 제기한 고전번역의 문제는 21세기에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화두이다. 과연 동양학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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