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여행 트렌드 모녀 여행, 부자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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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명옥(왼쪽)·이지나씨에게는 둘만의 여행을 통해 얻은 ‘셀카 노하우’가 있다. 용산가족공원을 찾은 모녀가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바야흐로 바캉스 시즌이다. 온 가족이 부대끼며 떠나는, 매해 붕어빵처럼 닮은 바캉스에 지친 당신에게 변화를 권한다. 엄마와 딸 혹은 아빠와 아들처럼 조촐하게 떠나는 소규모 가족 여행이다. 번잡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200% 진한 가족애를 보장하는 여행계의 새로운 트렌드다. 일생에 한번은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모녀와 부자를 만나봤다.

‘친구를 알고자 하거든 사흘만 같이 여행하라’란 서양 속담이 있다. 이런 여행의 속성은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서로를 더 알기 위해 떠난 가족여행이 때론 일상의 연속이 될 때도 있다. 엄마는 여전히 식사준비에 분주하고, 아빠는 TV 리모컨을 놓지 않는다. 아이 역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난, 온 가족은 아니더라도 둘 만의 깊이 있는 시간을 원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

 시작은 모녀지간이다. 지난해부터 여행업체는 발 빠르게 ‘모녀’를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하나투어의 ‘엄마와의 데이트’나 ‘맘(Mom) 좋은 여행’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모녀 여행에 대한 문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웹투어 마케팅본부 이진혁 팀장은 “최근 ‘모녀’ ‘할머니와 손자’ 같은 여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에 맞는 맞춤형 테마상품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방송작가 이지나(28·강남구 신사동)씨는 얼마 전 엄마와의 여행담을 엮은 책 『엄마 딸 여행』을 낸 ‘모녀여행 전문가’다. 첫 모녀여행은 이씨의 영국어학연수 때였다. 그는 “우연찮게 단 둘이 여행을 했는데 이 때 엄마의 젊은 시절이야기, 마음 속 이야기를 자연스레 들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 후 국내에서도 짧게는 하루, 길게는 2박3일 일정으로 모녀여행이 계속됐다. 어머니 우명옥(58)씨는 “일상에서도 여행 추억을 나누니 어느 모녀보다 대화가 많아졌다”며 웃어 보였다. 항상 사이가 좋아서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계가 좋지 않을 때, 여행이 화해의 방법이 되기도 했다. 우씨의 주변에는 여행을 통해 한층 살가워진 이들을 부러워하며 ‘나도 딸이랑 여행하고 싶다’는 지인들이 많다.

 이씨의 친구들은 엄마와의 여행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한다. 이에 대한 이씨의 대답은 ‘노(No)’이다. 그는 “평소 엄마의 ‘아줌마화법’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음식점에서도 엄마가 한 두 마디 하면 서비스 음식이 자꾸 나오더라”며 “그것이 삶의 지혜고 정인 것 같아 지금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부자여행은 아기자기한 모녀여행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특히 사춘기 아들과 떠나는 여행은 종잡을 수 없는 매력과 액티브함이 있다. 현대해상 FC로 근무하는 최상훈(47·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씨는 무뚝뚝한 아들과 대화할 방법을 고민하다 자전거 여행을 떠올렸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8년부터 매해 여름 부자는 자전거에 올라 동해일주, 남해일주, 제주도일주를 마쳤다. 최씨는 “하루 종일 페달을 굴리다 보면 힘에 부쳐 한 마디 말을 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묘한 동지애가 솟아난다”고 말했다. 아들 민석(16)군은 “엄마와는 할 수없는 남자 사이의 비밀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을 부자여행의 장점으로 꼽았다.

 최씨 부자는 올해 4대강 자전거 길을 달릴 계획이다. 청평에서 시작해 대구까지 3박4일 일정이다. 예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춘기 아들을 위해 대구에 있는 아들 친구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기회가 되면 딸과는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싶다는 최씨는 “내 아이의 깊은 마음 속과, 매해 성장하는 모습을 여행을 통해 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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