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파노라마] 야구산업전문가의 활약을 기대하며

중앙일보

입력

1988년 서울올림픽은 우리의 국력을 세계만방에 과시한 상징으로 남아있다. 아마추어정신을 표방한 종합 체육행사인 올림픽이 이처럼 커다란 의미를 지닌 것은 왜일까? 그것은 올림픽이 새로운 세계대전으로 탈바꿈한 까닭이다.

세계 각국의 대표선수들이 모두 참여해 기량을 겨루고 순위를 매기는 종합대회인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선수를 지원하고, 자국의 문화를 세계만방에 알림은 물론 국가산업을 총동원해 메달을 목에 건 개인의 영광과 함께 국기를 하늘에 올려 자국의 위세를 만방에 알리려는 대리전의 양상이 전개되는 것이다.

내년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공동으로 월드컵을 개최한다. 중요한 것은 이제 온 국민이 월드컵을 단순히 공만 차다 끝내는 행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구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단일종목인 야구가 프로를 선언한지 올해로 꼭 20년이 된다. 그간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한 만큼 이제 야구도 던지고 치는 차원이 아닌 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야구산업엔 인력불균형이 심하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와 구단프런트 그리고 야구위원회 직원 외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에이전트회사나 홍보대행을 하는 몇몇 군소업체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미국과 일본의 선진기법을 카피하며 단시간에 많이 쫓아가긴 했지만 그 조차도 어설프게 전개돼는 느낌이다. 미국과 일본의 야구색깔을 조화시켜 한국적 야구문화를 만드는 것을 KBO나 각 구단에서 소홀히 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실례로 21세기 한국 야구의 청사진이 없는 것이다. 이제 야구산업은 많은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종합적인 판을 짜고 이끌어갈 플래너와 마케팅전문가는 당장 시급하다. 거기에 기존의 매채와 뉴미디어를 연동시켜 프로야구의 가치를 극대화할 전문가도 필요하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에 그만큼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야구경기가 하드웨어라면 야구주변을 살찌우는 사람들은 소프트웨어로 비유할 수 있겠다.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구색을 맞춰가는데 소프트웨어가 제자리라면 결국 야구판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날 수 없다.

일본프로야구가 미국의 프로야구에 편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금 한국야구의 내일은 예측 불가능의 상황에 놓여있다. 이제는 다양하고 많은 전문가가 야구판에 유입돼어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돼는 절실한 단계에 왔다.

시즌개막을 앞둔 요즘 억대연봉 선수가 쏟아져 나오는 있다. 우리 야구계에도 억대연봉을 받는 전문가가 나오길 기대하는건 아직 시기상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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