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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알베르 카뮈를 소설가로 이끈 그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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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고통
앙드레 드 리쇼 지음
이재형 옮김, 문학동네
216쪽, 1만1500원

고통은 인간에게만 작동한다. 육체적 아픔(痛)이야 동물의 공통된 감각이지만, 정신적 괴로움(苦)은 인간만이 겪는 감각이다. 인간의 서사를 압축한다면 곧 고통의 서사가 아닐까.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드 리쇼(1909~68)의 장편 『고통』은 가장 인간적인 고통의 가장 고통스런 서사다.

 많은 경우 고통은 욕망의 어긋남에서 비롯된다. 이 소설의 서사를 몇 단계로 나눈다면, 욕망의 금지와 실현, 그리고 파멸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욕망의 금지. 1차 세계대전에서 남편을 잃은 테레즈는 아들 조르제와 프랑스 남부 어느 조용한 마을에서 지낸다. 그런데 젊은 육체는 성욕을 누를 길이 없고, 정신적인 외로움은 깊어간다. 그러나 미망인이 다른 남자를 탐하는 것은 금지된 욕망이다. 테레즈는 아들에게 집착하는 것으로 자신의 욕망을 억제한다.

 그러나 금지는 허물어지고, 테레즈의 욕망은 실현 단계로 나아간다. 독일군 오토와의 만남이다. 타인의 몸을 욕망하던 둘은 순식간에 쾌락으로 들어간다. 쾌락에 빠진 테레즈는 아들 조르제를 방치한다. 모자 관계는 파탄 나고, 그런 와중에 오토는 테레즈의 육체에 흥미를 잃는다.

 욕망의 다음 단계는 파멸이다. 이 때 파생된 고통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연인에게 버림 받고, 아들과의 관계마저 붕괴된 테레즈. 금지된 욕망을 탐했던 테레즈는 비극적으로 삶을 끝내고, 아들 조르제는 영영 버려진다.

 1931년 발표된 이 소설은 알베르 카뮈를 창작의 세계로 이끈 작품으로 유명하다. 카뮈는 “『고통』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묶여있던 매듭을 풀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어디 카뮈뿐이랴. 고통의 얼굴을 똑똑히 바라보고 싶은 이라면, 누구에게나 절절하게 읽힐 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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