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대기업 벤처투자붐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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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대기업의 벤처투자붐이 주춤해졌다.

벤처기업도 다른 신규사업과 마찬가지로 투자한지 3년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해야 하지만 대기업이 투자한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수익모델 찾기에 실패하면서 조정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인터넷 분야 벤처투자를 주도해오던 e-삼성은 자사가 출자한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이누카를 정리하고 이누카 직원 50-60명을 e-삼성인터내셔널의 영업조직인 오픈 타이드로 옮기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또 해외인터넷 지주회사격인 e-삼성 인터내셔널의 거점별 법인인 e-삼성 재팬.e-삼성 차이나, e-삼성 싱가포르를 e-삼성 아시아(본부 싱가포르)로 통폐합하기로했으며 삼성물산[00830]도 벤처기업 투자규모를 작년 400억원에서 금년에는 250억원으로 줄였다.

공기업 시절인 97년에 10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 벤처캐피털 자회사인 포스텍기술투자를 설립해 99년에 100억원, 작년에 100억원을 추가 출자했던 포항제철[05490]은 올해에는 이 회사의 증자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포스텍기술투자는 그간 정보통신 18개사, 전기전자 5개사, 반도체 5개사, 영상산업 4개사 등 총 40개 벤처기업에 146억원을 투자했다.

현대건설도 작년초 벤처기업 투자를 신규사업으로 설정하고 지문인식 시스템 전문기업인 씨큐원(투자액 4억5천만원), 환경설비업체인 바이오메카( " 3억원), 커뮤니티 네트워크 시스템 전문기업인 조이앤라이프( " 5억원)에 12억5천만원을 투자했으나 올해에는 신규 투자계획이 전혀 없다.

벤처기업 투자를 생명과학, 정보기술(IT) 및 인터넷 등 2가지 방향으로 정하고지난해 130개 기업에 1천240억원을 투자했던 SK도 올해에는 의욕이 떨어진 상태다.

SK는 계열사별로 금년 벤처 투자계획을 마련중이지만 투자액은 작년 수준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의 계열사별 벤처투자내역을 보면 SK[03600]가 인터넷 콘텐츠사업과 생명과학 등 48개사에 450억원, SK텔레콤[17670]이 IT분야 28개사에 340억원, SK글로벌이 16개사 200억원, SK에버텍이 12개사 85억원 등을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벤처투자는 기본적으로 벤처기업을 키워 코스닥에 상장, 주가를 띄운 뒤 결실을 따내는 것이지만, 코스닥의 폭락으로 이런 구도가 깨져버린 상태여서 투자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벤처기업협회 오완진 홍보과장도 "올들어 대기업들의 벤처기업 투자규모가 크게줄어든 것은 물론 대기업-벤처기업간 전략적 제휴도 급감했다"면서 "이에따라 자구책으로 벤처기업간 인수 및 합병(M&A)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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