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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MB는 '벙어리 삼룡이', 박근혜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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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제공

JTBC ‘신예리 강찬호의 직격토크’는 올해 만화 인생 50주년을 맞는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87년 첫 출간 이후 1500만부 가량이 팔린 ‘먼나라 이웃나라’는 소위 ‘국민만화’로 불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시사교양만화 분야를 개척한 이 교수는 현재 ‘먼나라 이웃나라’의 대미를 장식할 ‘스페인’ 편을 집필 중이다.

첫 질문으로 "인세 수입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 같다"고 하자, "연간 수억원 대"라고 귀띔했다. "그 덕분에 여행이나 자료 수집에 돈의 제약을 받지 않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6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돈을 받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 교수는 "만화가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화는 내게 재미있는 놀이”라면서 젊은 세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당부했다. “소꼬리보다는 닭 머리가 돼야 항상 기회가 있다”며 "아무리 보잘 것 없는 분야 같아도 거기서 정상이 되면 돈과 명예는 당연히 따라온다"고 조언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소위 KS라인이라 불리는 엘리트코스를 밟았지만, 젊은 시절 만화가가 천대받는 풍토 속에서도 이를 고집할 수 있었던 것은 만화라는 작업이 자신에게 항상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동료 교수들로부터 만화를 그만둘 수 없느냐는 요구까지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만화가 곧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고 설득했었는데, 어느덧 국내에 만화를 다루는 고등교육기관이 100개가 넘었다"고 흐뭇해하기도 했다.

"지식과 정보를 그림에 담아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교양 만화’를 그리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는다"는 이 교수는 "최근 주목 받았던 ‘먼나라 이웃나라’ 중국편을 그릴 때는 마치 입시공부 하듯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공부했으면 대학도 한 번 더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한중외교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면서 "단 늦췄다 당겼다 하는 능수능란함은 없다"며 경험 부족이라는 쓴 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 이 교수는 "역사를 쓸 때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게 시각문제"라고 했다. "특히 요즘처럼 진보, 보수로 시각 차이가 극명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적 색채를 가진 만화가라는 일각의 평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나는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굉장히 자유롭다"고 답했다.

"15년 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투사의 시대를 벗어나 관료 출신의 직업 정치인이 나오길 기대하는 맘에서였다"고 해명하고, "그러나 한번 찍힌 낙인은 바뀌질 않더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의 형이 상당히 진보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 때문에 소위 수구꼴통으로 오해받는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한 때 ‘먼나라 이웃나라’의 ‘미국 대통령’ 편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폄하했다는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는데, 이후로 더 조심하게 됐다"면서 "자기 검열의식이 안 생겼다면 거짓말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국가 지도자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온 만큼 역대 가장 훌륭한 대통령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고민 없이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을 꼽았다. 지도자의 덕목으로는 ‘비전’과 ‘용기’를 들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의 비전이 분명했다"고 평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에 견줄 수 있다"고 평하면서 "그러나 동방정책은 일방적인 퍼주기가 아니라 철두철미한 상호주의에 입각했었다"며 아쉬운 점을 꼬집기도 했다.

‘촌철살인 인물평’ 코너에서 이원복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을 ‘벙어리 삼룡이’라고 평했다. 종처럼 일을 열심히 했지만 욕만 먹고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했다는 뜻에서다.

유력 대선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위원장은 ‘증여세 미납자’라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에 빚진 바가 많다는 의미다. "돈으로 친다면 엄청난 세금을 내야 되는데, 아직 갚지 않았다"면서 "그 증여세가 평생 빚이 될지, 발목을 잡을지, 혹은 날개가 될 지도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안철수 교수는 ‘세계 신기록 기대주자’라고 평했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장 출마설’이 불거졌을 때 안 교수가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수심 2m 수영장이나 태평양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한 발언을 빗댄 것이다. 당시 안 교수의 행정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말로 화제가 됐었다. 이 교수는 “태평양과 수영장은 차원이 다른 것인데 착각을 하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만일 안 교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른바 ‘킹메이커’가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심각한 걱정거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고교, 대학 동기동창인 손학규 전 대표에 대해서는 ‘한국 주식이다’라고 평했다. 그 뜻은 한국 주식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됐다는 점에서 본래 보다 저평가됐다는 의미였다. "친구라서 후한 평가를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친구를 떠나 상당히 내실 있는 인물인데 이상하게 주가가 안 오른다”고 답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평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동전이다’라고 말하면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다 가진 지도자라고 설명했다. "독재라는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과연 당시에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가 허용됐다면 가령 삼성전자가 갤럭시폰을 팔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권력 제조기’라고 평하면서 "권력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써야 되는가를 정확히 아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권력의 ‘창출’이 아니라 ‘제조’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메주 같은 사람’으로 평하면서 "지도자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 냄새가 나며, 자신과 동갑이라 감정이 특별하다"고 했다.

한편 소문난 와인 애호가답게 와인에 대한 얘깃거리도 빼놓지 않았다.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한 와인이 어느덧 300병에 이른다"면서 "와인은 인류 최초의 알콜로 사람이 제일 마시기 좋은 알콜도수"라고 와인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또 "로마네콩티같은 천 만 원을 호가하는 와인 맛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그것을 마셨다는 데 의미가 있다. 네임을 마신 거지 와인을 마신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베스트셀러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의 저자이기도 한 이 교수는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이 지나친 문화 사대주의에 빠져있는 것을 보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내 돈 내고 마시는데 프랑스 와인에 주눅 들면서 경배하 듯 마시는 ‘문화 콤플렉스’가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이원복 교수가 출연하는 ‘신예리&ampamp;강찬호의 직격토크-나는 누구냐’는 6월 24일 일요일 오전 7시40분(재방 25일 오후 5시50분)에 JTBC에서 방송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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