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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극사실주의 회화]

중앙일보

입력

극사실회화는 문자 그대로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그림이다. 미국에서는 하이퍼리얼리즘이나 포토리얼리즘이라 불린다.

미국의 극사실주의는 1960년대 중반에 등장했다. 타성화된 추상표현주의를 거부하고 현대적 삶에 대한 팝아트적 감각을 반영하면서, 사실주의적인 미국 회화전통을 계승한 것. 이번 전시에도 출품된 이들 작업의 공통점은 거리풍경, 자동차 같은 주변의 실제 대상이나 풍경을 그린다는 점이다.

기법상으로는 사진이나 슬라이드 필름을 확대해서 캔버스에 투영한 뒤 그림으로 제작한다. 이들의 작업은 70년대 미국 미술시장을 풍미했다.

한국에서 극사실회화는 70년대 우리 미술의 주류를 형성했던 모노크롬(단색화)회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다. 당시 젊은 작가들은 지나치게 현실과 유리된 추상회화에 저항하며 주변환경과 일상적 현실의 대상에 충실한 극사실적인 형상작업을 시작했다.

78년에는 '사실과 회화전' '전후세대의 사실회화란' 등의 전시가 집중적으로 이뤄져 전성기를 이뤘다. 미국 작가들과 달리 배경이나 상황을 배제하고 세부만을 즉물적으로 치밀하게 묘사하며, 사진은 참고만 할 뿐 제작과정의 필수요건으로 삼지는 않는다.

실물로 착각할 만큼 정교한 환상을 연출하는 이들의 작업은 70년대 후반의 한국화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으며 이후 80년대 형상성 회복의 기틀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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