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가격 안정화 등을 요구하는 택시업계의 파업으로 20일 전국의 택시 25만 대 가운데 22만 대가 멈춰섰다. 대구·대전·울산에선 단 한 대의 택시도 운행하지 않았고, 서울에선 7만2000대 중 8000대만 거리로 나왔다. 시민들이 평소보다 버스·지하철 등을 많이 이용해 큰 혼란은 없었지만 일부는 출퇴근길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택시기사들은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 모여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가자가 당초 예상한 2만 명을 훌쩍 넘겨 주최 측 추산 4만 명, 경찰 추산 3만3000명에 달해 서울광장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이들이 타고 온 전세버스가 광장 주변과 광화문·서소문·남대문로 길가에 주차하면서 한때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택시운송사업조합과 양대 택시노조(전국택시노조연맹·민주택시노조연맹), 개인택시연합회 등 택시노사 4개 단체가 처음으로 공동 주최했다.
택시노사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버스·철도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LPG 가격 상한제 도입 ▶택시연료 다양화 ▶요금 인상 등도 요구했다.
박복규 택시연합회장은 “LPG 가격이 휘발유의 60% 수준까지 올랐는데도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법인택시 기사는 “뼈 빠지게 일해도 LPG 값·사납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버스·지하철 값은 다 오르는데 왜 택시요금만 3년째 동결이냐”고 되물었다.
결의대회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푸른색 택시기사 복장을 하고 연단에 올라 “38일간 택시운전했는데 입금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 정부에 근로조건 개선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결의대회가 진행된 시간, 전국의 택시 가동률은 등록대수 대비 13.6%였다(오후 2시 기준·국토해양부). 전국 25만5581대의 택시 중 3만4858대만 운행했다. 평소 가동률은 70%대다. 집회 뒤 일부 개인택시 등이 운행에 복귀하면서 오후 6시엔 가동률이 14.2%로 다소 올랐다. 택시 운행이 중단되면서 일부 시민은 대체 교통편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큰 여행가방과 짐 보따리를 든 채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최종경(68)씨는 “강원도 원주에서 도곡동 아들 집에 가려고 올라왔다”며 “이 짐을 들고 어떻게 지하철을 타느냐”며 난감해했다.
운행 중단을 둘러싼 택시기사 간 충돌도 벌어졌다. 인천 강화경찰서는 운행 중단에 참여하지 않고 영업 중이던 개인택시 4대에 계란 10여 개를 던진 혐의로 택시기사 A씨(50) 등 3명을 붙잡았다. 충북과 부산에서도 파업 불참 택시의 운행을 방해한 택시기사 3명이 연행됐다.
김용석 국토부 대중교통과장은 “택시·LPG 업계, 지식경제부와 함께 대화 자리를 만들어 LPG 가격 안정화 대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또 “이르면 하반기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택시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한영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