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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 줄줄이 2세 탄생, 동물원 경사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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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3월 초 경기도 과천의 서울동물원에서는 희귀 동물인 청금강앵무 2마리가 알을 깨고 나왔다. 아마존 일대가 원산지인 청금강앵무는 국내에 50여 마리가 있지만 자연번식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미는 갓 태어난 새끼의 체온보존을 위해 이틀 동안 새끼를 품에 안았다. 그 뒤 6주 동안 수컷이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날랐다. 먹이는 암컷의 입을 통해 새끼에게 공급됐다. 부모 새의 극진한 보살핌 덕에 40여 일 뒤 새끼 두 마리는 드디어 둥지에서 나왔다. 조류는 둥지에서 나오는 날을 진짜 태어난 날로 친다.

 동물원의 이봉재 사육사는 “그동안 대형 앵무들은 국내 동물원에선 번식이 어려운 것으로 인식돼 왔다”며 “청금강앵무에게 열대 과일을 먹이고, 둥지를 좋아하는 방식으로 꾸며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서울동물원엔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동물이 잇따라 새끼를 낳는 겹경사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동물원에 따르면 1월부터 5월까지 태어난 새 식구는 34종, 111마리나 된다. 두루미, 황새, 표범, 흰손기번 원숭이, 잔점박이물범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해당하는 동물만 42마리다. 2009년 같은 기간(21마리)의 2배다.

 지난 3월에는 표범이 태어났다. CITES 1급인 표범은 2009년 2마리가 태어난 이후 별 소식이 없다가 3년 만에 새로 식구가 늘어난 것이다. 4월에는 종(種) 복원을 위해 특별관리 중이던 토종여우(붉은여우)가 새끼를 낳았다. 4월 8일과 17일 암컷 2마리가 각각 3마리와 5마리를 출산했다. 야생에서 완전히 멸종된 여우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동물이다. 특히 새끼 3마리는 일반적인 인공수정과 달리 호르몬을 투여해 자연교미를 유도하는 방식을 처음 사용해 성공했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2009년부터 펼쳐온 동물원 환경개선사업으로 동물들이 보다 편히 지낼 수 있게 되면서 겹경사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CITES=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 1973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세계 80여 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협약이 체결됐다. 한국은 1993년 가입했다. 멸종위기 정도에 따라 Ⅰ·Ⅱ·Ⅲ 등급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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