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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저축은행 로비’ 어물쩍 넘어가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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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검찰이 지난달 초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 대주주·경영진 등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으로는 저축은행 내부 비리에 이어 정·관계 로비 의혹을 파고들겠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의 이러한 다짐이 실천에 옮겨질지 의구심을 품는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미래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은 현재까지 1조2882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축은행 자금 992억원 횡령 등 1179억원의 대주주 개인 비리가 적발됐다고 하니 이들 은행이 고객 돈을 얼마나 흥청망청 써왔는지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찾아낸 책임·은닉 재산이 3327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검찰은 피해 고객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은닉 재산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정·관계를 대상으로 한 퇴출 저지 청탁 등 로비 부분은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간 저축은행을 둘러싸고 숱한 의혹들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수사 대상 중엔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개입 의혹 등이 있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지난해 7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 검사 무마 청탁과 함께 현금 14억원과 금괴 등 20억원 상당의 금품을 전달한 것 역시 실제 로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조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수사가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수사팀은 김찬경 회장이 김모 청와대 선임행정관 형제에게 채무 탕감 특혜를 줬다는 정황을 포착했지만 아직껏 김 행정관을 소환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합동수사단으로 재배당됐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출처불명 7억원 의혹 수사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서민 생활자금을 가로챈 저축은행에서 뒷돈을 챙긴 정치인과 공직자는 반드시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검찰이 정·관계 관련 의혹을 어물쩍 넘긴다면 서민은 호소할 곳을 찾아 거리로 나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