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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신세대 '나홀로 가전' 바람

중앙일보

입력

봄이 다가오면서 가전시장에 신세대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생.직장인들 가운데 원룸에서 생활하는 '나 홀로족' 젊은이들이 크게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소형 가전제품이 시장을 달구고 있다. 최근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가전제품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내수침체로 고전 중인 가전업체들엔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 작지만 고기능제품 선호〓신세대들은 기존의 가구식 가전제품은 방안에 들여놓지 않는다. 원룸에 맞도록 작고, 인테리어 소품처럼 예쁘지만 기능은 대형제품 못지 않은 첨단 기능을 갖춘 제품이 인기다. 가격까지 싸면 금상첨화다.

시중에 가장 다양하게 나온 제품은 14~20인치형 TV. 삼성전자는 패션을 중시하는 층과 기능을 중시하는 층을 각각 겨냥한 두 종류 제품을 최근 출시했다. 패션 TV인 에피소드는 PC(개인용 컴퓨터) 모니터 같은 외관에다, 반지.시계 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놔둘 수 있는 사물함을 TV 위에 설치했다. 20인치 이하 소형TV에 입체 서라운드 음향 시스템을 붙인 TV(CT-20S4)는 1월 출시하자마자 한달 만에 7천대가 팔려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갈 정도라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신세대용 TV.VCR에 네띠라는 전용 브랜드를 붙여 의욕적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보라색 계통의 VCR는 4헤드에 녹화시작점 찾기.순간반복.디지털 위성제어 회로 등 고가형 기능을 채용하면서 가격은 20만원대에 내놓았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내놓은 누드TV와 30만원대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로 신세대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신세대의 취향에 따라 소형 오디오도 꾸준히 신제품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공간절약형으로 벽에 걸어놓는 오디오를 내놓았고, 이트로닉스 인켈사업부는 올해 10만~30만원대로 책상이나 책꽂이에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초소형 미니컴포넌트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23일 LG전자가 출시한 90ℓ짜리 소형 냉장고 뉴젠도 신세대를 겨냥해 만든 제품. 20만원대 소용량이지만 음료수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습성을 감안, 1.5ℓ들이 페트병 보관장소를 마련했고, 색깔도 푸른 파스텔톤으로 만들었다.

이밖에도 가전업체들은 줄 없는 충전식 청소기, 5ℓ 안팎의 소형 세탁기, 소형 식기세척기, 3인용 밥솥 등 각종 '나홀로 가전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 마케팅도 치열〓1백40ℓ 이하급 소형 냉장고는 최근 3년간 10% 이상의 판매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에는 30만대 정도가 팔렸다. 이는 전체 냉장고 시장(1백20만대)의 4분의1 정도. 올해도 10%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냉장고 시장의 성장률이 지난해 8.3%, 올해는 자칫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상되는 데 비하면 소형 냉장고의 선전이 돋보인다.

TV는 올해 판매예상량 2백20만대 중 80만대가 20인치 이하다. 전자레인지.오디오 등에선 소형제품이 전체 매출의 25~30%를 차지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형가전은 그동안 숙박업소용 등 영업사원이 판매하는 특수상품으로 인식돼 왔다" 며 "그러나 지난해 할인점.양판점 등의 판매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일반 소비자용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추세" 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크게 기대하지 않고 내놓았던 소형 가전제품이 의외로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바람에 생산조절을 미처 못해 주문이 밀리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

LG전자는 이런 신세대들을 겨냥해 출범시킨 네띠.뉴젠 등 신세대 가전 전용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경품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일본시장에도 공간절약형 소형 사이즈인 냉장고.전자레인지.세탁기.청소기.TV.VCR 등 6개 품목을 한 세트로 만들어 독신자용으로 출시하는 등 국내외 독신자시장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내수가 어렵지만 소형 가전제품 시장은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틈새시장으로 자리잡을 전망" 이라며 "다른 회사보다 앞선 신세대 전용 브랜드 전략으로 소형 틈새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0% 정도를 차지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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