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외국인 빈자리 크게 보여

중앙일보

입력

2월도 저물어가고 어느덧 춘(春)3월을 맞는다. 연초 증시는 예상 밖으로 뜀박질하며 투자자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두달째 달리기에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지난 주 거래소시장은 지수 600선 지키기에 실패했고, 코스닥 지수는 80선까지 후퇴했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꾸 주변 상황에 신경쓰이게 마련이다.

올들어 나스닥을 의연하게 외면했던 국내 증시는 지난주 나스닥을 좇아 크게 출렁였다.

중심 버팀목이었던 외국인이 흔들린 게 문제였다. 외국인은 2천4백여억원의 주식을 순수하게 내다 팔았다.

외국인 투자 원천 중 하나인 미국 신흥시장 펀드의 경우 나스닥 폭락의 여파로 자금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하나 올들어 외국인이 한국과 대만 증시에 대거 몰린 것은 지난해 주가가 너무 떨어졌다는 '저가 매력' 때문이었지만, 그동안 주가가 적잖게 올랐고 반대로 미국 주가는 많이 떨어져 그 매력도 시들해진 상황이다.

이번 주에도 미국 증시는 불안한 움직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7일 소비자 신뢰 지수와 내구재 주문량 통계치를, 28일에는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 수정치를 발표한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의회 연설도 예정돼 있다. 그 내용들에 따라 미 증시는 춤을 출 것이다.

주목할 것은 미국 증시가 갈수록 호재보다 악재쪽에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경기선행지수가 기대치 이상으로 발표됐지만, 이는 거꾸로 금리 인하를 가로막을 악재로 해석됐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이달 안에 연.기금이 나서 1천6백억원 정도의 주식을 사들일 예정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공백을 메워주기에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채권 금리가 반등하고 있는 것도 주식시장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연초 유동성 장세의 큰 물결은 이제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된다. 잔물결은 이어지겠지만 다음번 상승 장세를 기약하며 보유 주식을 줄이는 기회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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