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운명, 봄맞이 사랑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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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마무리된 기나긴 겨울이 가고 올해도 어느덧 봄기운에 서서히 사로잡혀 가고 있다.

겨울 다음에 봄이 오듯이, 슬픔 다음에 기쁨이 올 것을 믿고, 끝내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람들은 겨울 다음에 봄이 오는 축복을 기다리는 사람과도 같다.

이번주는 봄맞이 사랑영화들을 소개한다. 사랑의 운명을 믿는 사람들이 당신의 봄맞이에 동참할 것이다.

스틸 브리딩 Still Breathing ★★★☆

감독 : 제임스 F. 로빈슨 / 주연 : 브랜든 프레이저, 조안나 고잉 / 출시 : 1998년 1월 12

사랑은 마술이다. 이 영화를 보면 온통 그런 생각이 지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럽다 생각되기도 할 테지만, 마음을 조금 풀어놓고 보면 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첫눈에 반할 만한 운명적인 여인 역에 조안나 고잉처럼 적격인 배우도 드물 듯. 촉촉한 봄내음이 나는 달콤한 로맨스물이다.

운명의 여인이 꿈속에 나타난다는 집안내력을 지닌 플리처는 어느 날 한 여인의 영상과 대만의 옛 지명을 뜻하는 포모사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단서로 L.A 비행장으로 향한다. 신기하게도 플리처는 L.A 공항 근처의 포모사라는 카페에서 꿈속에서 보았던 여인, 로즈를 만나게 된다. 운명적으로 가까워진 두 사람, 그러나 로즈는 사랑보다는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냉철한 여인이었다.

온리 유 Only You ★★★★

감독 : 노만 쥬이슨 / 주연 : 마리사 토메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보니 헌트 / 출시 :
1993년 1월

사랑이 운명일까? 노력일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여우주연 마리사 토메이는 '나의 사촌 비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이 영화에 출연하는 행운을 얻었다. 운명의 남자를 찾는 그녀의 귀엽고 천진한 모습은 이 영화에 더욱 풍성한 사랑의 기류를 형성해준다.

호기심 많은 11세 소녀 헤이스는 점을 쳐서 미래 남편의 이름을 알아내는데, 바로 데이먼 브래들리다. 어른이 된 헤이스는 드웨인이라는 의사에게 청혼을 받고 결혼을 준비한다. 하지만 여전히 데이먼 브래들리라는 운명적인 이름을 희미하게나마 간직하고 있다. 어느 날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던 헤이스는 드웨인의 친구로부터 결혼 축하 전화를 받는데, 그의 이름이 놀랍게도 데이먼 브래들리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Seattle ★★★★

감독 : 노라 애프런 / 주연 : 톰 행크스, 멕 라이언, 빌 풀먼 / 출시 : 1994년 6월

이런 게 운명이 아닐까? 그 사람이 나의 운명적인 짝이 아닐까? 그런 의문으로 시작해 아름다운 결말을 맺고 있는 로맨스물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각본을 썼던 노라 애프런이 직접 연출한 작품으로 톰 행크스, 멕 라이언이라는 콤비가 있어야만 가능한 로맨틱한 분위기가 시애틀의 아름다운 야경과 어우러진다.

어린 아들 조나와 살고 있는 샘은 암으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다. 한편 신문기자인 애니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가족들에게 월터와의 약혼소식을 발표한다. 그런 애니가 차를 몰고 가다 라디오에서 죽은 아내에 대한 사랑을 회상하는 샘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샘의 아들 조나가 실의에 빠진 아버지를 보다 못해 라디오 방송에 전화를 한 것. 애니는 갑자기 샘이 자신의 운명적인 짝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노팅 힐Notting Hill ★★★★

감독 : 로저 미첼 / 주연 :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 / 출시 : 1999년 12월 15일

세계적인 스타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의 애인이 된다면? 그건 노력이라기보다 운명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깜짝 놀랄 일. 이처럼 꿈같은 로맨스를 탄탄한 이야기 구조에 실어 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던 영국 작품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가진 실제의 '스타'적 이미지를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낸 점이 재미있다.

윌리엄 태커는 노팅 힐에서 조그마한 여행 서적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세계적인 여배우 안나 스콧이 그의 책방에 들러 책을 산다. 그녀의 뜻하지 않은 방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태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오렌지 쥬스를 사오던 그는 길모퉁이에서 안나와 부딪히고 그녀의 옷에 쥬스를 쏟고 만다. 옷을 갈아 입히기 위해 안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태커는 그녀로부터 기습적인 키스를 받는다.

4월 이야기 April Story ★★★★

감독 : 이와이 슈운지 / 주연 : 마츠 다카코, 타나베 세이치 / 출시 : 2000년 6월 14일

'러브레터'로 국내 입지를 넓혔던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중편 영화다. 자신의 영화를 '공기'의 영화라고 했던 감독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깨달아진다. 벚꽃 만발하는 4월의 풋풋함과 새롭게 시작될 사랑의 느낌이 촉촉한 영상을 통해 내가 속한 공기로 전해진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도쿄에 있는 무사시노 대학에 입학한 우즈키.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한 선배가 다니고 있는 대학이라는 점에서 막연한 설렘이 앞선다.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4월, 학교 근처에 마련한 자취방에 짐을 옮긴 그녀는 이웃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 생활에 적응해 가는 우즈키는 봄비 내리던 어느 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선배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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